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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나이가 많다고 장로는 아니다

기자명 마성 스님

배움 많고 나이 많으며 덕이 높은 승려가 장로

입문자는 장로에 출가덕목 배워
자신이 체득한 것 후학에 가르쳐
기본·도덕·정신적 덕목을 갖추고
지식 기반한 지혜 발현해야 장로

붓다의 가르침은 승가교육을 통해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된다. 스리랑카의 삐리웨나(Pirivena, 승려학교)에서 비구가 어린 사미들에게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사진은 스리랑카 Sri Bodhiraja Bhikkhu Training Centre Home/ Facebook에서 가져옴.
붓다의 가르침은 승가교육을 통해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된다. 스리랑카의 삐리웨나(Pirivena, 승려학교)에서 비구가 어린 사미들에게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사진은 스리랑카 Sri Bodhiraja Bhikkhu Training Centre Home/ Facebook에서 가져옴.

붓다 입멸 후 불교승가는 ‘장로비구(thero bhikkhu)’에 의해 유지 전승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 사회에서 말하는 장로(長老)는 나이가 많고 학문과 덕이 높은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불교에서 말하는 장로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불교에서의 장로란 배움이 많고 나이가 많으며 덕이 높은 승려를 일컫는다. 이른바 ‘승가지도자(saṅgha-pa= riṇāyaka)’를 말한다. 승가지도자란 다른 말로 ‘불교지도자’라는 뜻이다.

동남아시아의 테라와다(Theravāda) 전통에서는 먼저 출가한 자가 윗자리(上座)에 앉는다. 이러한 전통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테라와다를 ‘상좌부(上座部)’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승가에서 장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새로 승가에 들어온 사람은 먼저 승가에 들어온 장로들을 보고 배운다. 이를테면 승려의 몸가짐인 착의(着衣)의 행의(行儀), 식사의 행의, 걸식의 행의, 설법의 행의 등을 배운다. 그런 다음 나중에 자신이 장로가 되었을 때, 자신이 배운 것을 그대로 후학들에게 바르게 가르친다. 그렇게 해서 2500여 년 동안 단절되지 않고 승가의 고유한 전통이 유지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남・북방을 막론하고 장로들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는 한탄의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비록 출가한지 오래되어 나이는 많지만, 장로비구가 갖추어야 할 출가자로서의 덕목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간혹 어떤 장로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 원인은 출가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자니야-숫따(Rajanīya-sutta)’(AN5:81)에 “탐욕을 야기하는 것이 있어도 탐욕을 일으키지 않고, 성냄을 야기하는 것이 있어도 성냄을 일으키지 않고, 어리석음을 야기하는 것이 있어도 어리석음을 일으키지 않고, 분노를 야기하는 것이 있어도 분노를 일으키지 않고, 교만을 야기하는 것이 있어도 교만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했다. 이 경에 언급된 다섯 가지 법은 탐욕(rāga), 성냄(dosa), 어리석음(moha), 분노(kopa), 교만(mada)이다. 이 다섯 가지 법은 장로비구가 갖추어야 할 출가자로서의 기본적 자질에 관한 덕목이다.

그러나 장로비구가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법은 경에 따라 각기 다르게 설해져 있다. 어떤 경(AN5:82)에서는 다섯 가지 법이란 “탐욕을 여의고, 성냄을 여의고, 어리석음을 여의고, 위선을 여의고, 악의를 여의는 것이다”고 했다. 이 경에 언급된 다섯 가지 법은 탐욕을 여읨, 성냄을 여읨, 어리석음을 여읨, 위선을 여읨, 악의를 여읨이다.

앞의 경(AN5:81)에서는 다섯 가지 법이 탐·진·치·분노·교만으로 되어있지만, 이 경에서는 분노와 교만이 위선과 악의로 대체되었다. 이것은 장로비구가 갖추어야 할 출가자로서의 도덕적 자질에 관한 덕목이다. 모름지기 출가자는 위선과 악의로부터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AN5:83)에서는 “궤변으로 변명하고, 쓸모없는 말[虛談]을 하지 않고, 점치지 않고, 사기 치지 않고, 이익으로 이익을 구하지 않는 것이다”고 했다. 이 경에 언급된 다섯 가지 법은 궤변을 통한 변명[자기 합리화], 쓸모없는 말[虛談], 점치는 행위, 남을 속이는 기만, 부당이익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중에는 범죄행위에 해당되는 것도 있다. 이 때문에 세속인들도 회피하는 것이다. 이것은 장로비구가 갖추어야 할 출가자로서의 도덕적 자질에 관한 덕목이다.

또 다른 경(AN5:84)에서는 “믿음이 있고, 부끄러움이 있고, 창피함이 있고, 열심히 정진함이 있고, 지혜가 있다”고 했다. 이 경에 언급된 다섯 가지 법은 믿음(saddha), 부끄러움(hiri), 창피함(ottappa), 정진(viriya), 지혜(paññā)이다. 이 중에서 ‘히리(hiri)’는 ‘안으로 부끄러워함’이라는 뜻이고, ‘옷땁빠(ottappa)’는 ‘밖으로 부끄러워함’이라는 뜻이다. 두 단어를 합한 ‘히리-옷땁빠(hiri-ottappa)’는 ‘참괴(慚愧)’로 번역된다. 이 참괴는 출가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질에 속한다. 참괴, 즉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자는 수행자가 될 자격이 없다. 이런 사람은 절대로 승가의 일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장로비구가 갖추어야 할 출가자로서의 기본적 자질에 관한 덕목이다.

또 다른 경(AN5:85)에서는 “형상들을 견디고, 소리들을 견디고, 냄새들을 견디고, 맛을 견디고, 감촉들을 견딘다”고 했다. 이 경에 언급된 다섯 가지 법은 색(色)·성(聲)·향(香)·미(味)·촉(觸)이다. 수행자는 외부의 대상에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 만일 장로비구가 외부의 대상에 영향을 받는다면, 그는 아직 수행을 완성하지 못한 단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낮은 단계의 수행도 제대로 체험하지 못한 자가 불교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면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은 장로비구가 갖추어야 할 출가자로서의 정신적 자질에 관한 덕목이다.

이와 같이 출가자로서의 기본적 자질에 관한 덕목, 도덕적 자질에 관한 덕목, 정신적 자질에 관한 덕목, 논리적 자질에 관한 덕목, 이타적 자질에 관한 덕목을 갖춘 자를 불교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지계(持戒), 수행(修行), 선정(禪定) 위에 정견(正見)을 갖추어야 한다. 불교지도자의 리더십은 지계, 수행, 선정, 정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에 대한 지적(知的) 능력이 추가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불교지도자는 불교적 관점에서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40여 년 전 내가 출가했을 때, 오직 수행에만 전념하던 승려들도 지금은 수행자답지 못한 생계수단으로 살아가고 있다. 노년에는 모든 것을 놓아버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노욕(老欲)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진정한 의미의 장로비구로 보지 않으며 존경하지도 않는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모두 장로는 아니다.

마성 스님 팔리문헌연구소장 ripl@daum.net

 

[1503호 / 2019년 9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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