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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결정장애를 극복하는 방법

기자명 이제열

번복 심리, 결단 바라밀이 해법

성장기 시절 부모의 과보호
부정적인 성격의 형성 이유
부처님의 결단 바라밀 수행
결정 번복하는 이에게 즉효

망설이는 성격은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거나 이랬다저랬다 반복하는 행동을 낳는다. 예를 들어 옷을 사면 그대로 입지 않고 잘못 샀다는 생각이 들어 그 옷을 다시 바꾼다. 이런 식으로 갈까 말까, 할까 말까,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 시간을 허비한다. 망설이는 성격은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허점을 노출시키는가 하면 때로는 큰 낭패를 보게 된다. 나도 바로 이런 망설이는 성격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어렸을 적의 일이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집에서 거리가 꽤 멀었다. 어린 걸음으로 족히 40~50분은 걸어야 학교에 도착했다. 이런 까닭에 여름 장마철 큰비라도 오게 되면 방과 후 부모님들이 우산을 가지고 학교까지 찾아와 자기의 자식들을 집으로 데려 가곤했다. 일기예보를 들을 수 없었던 과거 시골학교의 풍경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기억된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어느 여름날, 어머니가 학교에 찾아오셨다. 손에는 내가 받을 우산 하나를 들고 학교 교실 추녀 끝에 서계셨다. 어머니는 수업을 끝내고 교실에서 나오는 나를 발견하고 웃으시면서 우산을 손에 쥐어주셨다. 둘이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중 어머니가 내게 물으셨다. 

“얘야, 비도 너무 오고 옷도 젖고 했으니 우리 외갓집에 들어가서 저녁도 얻어먹고 쉬었다가 집에 갈까?” 나의 외갓집은 바로 학교 옆 마을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머니도 그 참에 친정집을 잠깐 들르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나는 어머니의 물음에 흔쾌히 “예” 하고 응했다. 

어머니는 나의 이런 대답에 기분 좋다는 표정으로 나를 앞세우고 외갓집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이런 나의 마음은 일순간 변하였다. 어머니에게 나는 “엄마, 안 갈래 집에 그냥 가” 하고 어머니의 손을 잡아끌었다. 이런 나의 모습에 어머니는 “참내! 그럴게” 하시고는 내 뜻대로 다시 집 쪽으로 걸음을 옮기셨다. 문제는 그뒤였다. 몇 걸음 걷던 나의 마음이 또 변한 것이다. “엄마 외갓집 갈래”하고 말을 번복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나의 손에서 우산을 빼앗으셨다. 그리고는 “이 놈 왜 이랬다 저랬다 말을 자꾸 번복하는 거야? 그따위 성격을 커서도 가지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하시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우산으로 등을 때리셨다.

장대비가 퍼붓는 여름 날 길가에서 벌어진 잊지 못할 풍경이었다. 그날 사정을 잘 모르시는 아버지는 애를 빗속에서 때리고 왔다고 어머니에게 화를 내셨고 이 일로 인해 부부싸움까지 하시게 되었다. 참으로 지금 생각해도 알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안타까운 일은 어머니가 우려하신 대로 그와 같은 성격이 커서까지 지속되었다는 사실이다. 

다행히도 그 성격의 심각성을 알고 나름대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은 했지만 아직도 그 뿌리가 마음 가운데에 도사리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인간 심리를 결정장애 혹은 선택장애라 부른다. 이와 같은 부정적 성격이 형성되는 이유로 성장기 시절 부모의 과잉보호를 든다. 선택과 결정이 자신에 의해 내려지지 않고 부모에 의해 수동적으로 내려지게 되면 성인이 된 후에도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이 어려워지게 된다고 한다. 놀랍게도 현대 성인의 70프로가 이 같은 결정장애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는 보고서가 있다. 

부처님에 관한 기록을 보면 수행법 가운데에 결단바라밀이 등장한다. 결단바라밀이란 자신이 정한 일이나 원칙들을 번복하지 않고 결정을 내리는 마음이다. 

예를 들어 담배나 술을 끊겠다고 결단을 내리면 그 결단 내린 마음을 더 이상 번복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결단바라밀이야말로 나처럼 망설이고 번복하는 심리를 가진 사람들이 닦아야 할 좋은 수행지침이라 할 수 있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503호 / 2019년 9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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