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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일천제

기자명 법장 스님

오역죄로 인해 무간지옥에 떨어질 존재 

부모님과 아라한 살해하거나
부처님 몸 상처내면 성불불가
대승불교, 일체중생 실유불성
일천제 구제 가능성 열어 줘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고 배워나가며 주위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듣기도 하고 자신이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거나 남의 조언을 듣기 싫어하며 자기 마음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리는 ‘구제불능’이라고 부른다. 어떠한 말로도 그 사람을 구제할 수 없다는 뜻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함께 나아갈 수 없는 사람에게 우리는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 어느 사회이든지 이런 부류가 종종 존재하며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주위에서 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구제불능이라고 부르며 포기하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사람은 불교 내에서도 존재했었다. 유식(唯識)을 주된 학문으로 하는 법상종(法相宗)은 불교 안에 있는 가르침이나 세계관, 구성요소 등을 낱낱이 분류하는 학파이다. 이 법상종에는 불교의 중생(衆生)을 ‘오성각별설(五性各別説)’이라는 다섯 가지의 부류로 구분하고 있다. 우선 보살정성(菩薩定性), 성문정성(聲聞定性), 독각정성(獨覺定性)은 우리가 알고 있는 불교의 삼승(三乘)으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수행하여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자를 말한다. 다음으로 부정정성(不定定性)은 아직 자신의 마음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불교적 수행에 들어서지 않은 선도 악도 될 수 있는 존재이다. 마지막으로 무유정성(無有定性)은 일천제(一闡提. icchantika)라고도 하여 깨달음의 가능성인 불성(佛性)을 지니지 않은 존재로서 앞서 말한 ‘구제불능’인 중생을 말하는 것이다.

자비의 종교로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치는 불교에 이런 구제할 수 없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다소 놀랍기도 하다. 그러나 이 일천제는 태어날 때부터 구제불능인 것이 아니다. 불교에서 절대로 저질러서는 안 되는 ‘오역죄(五遮罪)’라는 다섯 가지의 큰 죄가 있는데, 이는 어머니, 아버지, 아라한(스승)을 죽이거나 부처님 몸에 피를 내거나, 불교승가를 깨뜨리는 자가 받는 죄이다. 오역죄를 어기면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져서 고통을 받거나 일천제가 되어 영원히 윤회하게 된다. 또한 일천제는 자신의 쾌락만을 추구하고 불교를 비방하며 수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자이기도 하다. 즉 앞서 사회에서 어떠한 조언이나 충고도 귀담아 듣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생각과 편의를 따지며 더불어 살아가지 않는 구제불능의 존재와 같이 일천제도 쾌락에 빠져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이런 일천제의 존재에 대해서 대승불교가 점차 발전하며 성불 즉, 구제가능성에 수많은 연구를 하였고 후에는 ‘열반경’의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이라는 모든 중생이 깨달음의 가능성인 불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상이 크게 유행하며 이 일천제의 구제에 대한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그러나 이 일천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더불어 살지 못하는 존재이기에 그 부분에 있어서 발심(發心)이라는 자신의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에 대해 부정적이고 닫혀있던 마음을 자신도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내고 그 닫혀있던 마음을 여는 것이 바로 발심이다. 

그리고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자신 안의 것들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함께 해가는 것이 수행인 것이다. 일천제의 구제 가능성도 이러한 발심과 수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의 작은 발심과 마음을 여는 수행이 없이는 설사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해도 그 사람에게 다가갈 수 없으며 그를 도울 수조차 없는 것이다. 자신 안의 닫힌 문을 조금이라도 열고 사회나 불교의 소리를 듣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불성이 없던 일천제도 성불할 수 있다고 하듯이 어떠한 구제불능의 존재도 함께 구제되고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서 이 사회 속에서 함께 하는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03호 / 2019년 9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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