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칼럼] 금강대, HK교수 중징계 타당한가

  • 기자칼럼
  • 입력 2019.09.06 18:36
  • 수정 2019.09.06 19:39
  • 호수 1504
  • 댓글 17
2003년 설립 후 HK사업을 포함해 17여년 동안 혁혁한 연구 성과를 낸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는 “불교학계의 학술 품격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기관이 됐다. 사진은 불교문화연구소 세미나 모습.
2003년 설립 후 HK사업을 포함해 17여년 동안 혁혁한 연구 성과를 낸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는 “불교학계의 학술 품격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기관이 됐다. 사진은 불교문화연구소 불교아카데미 모습.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가 2007년 ‘불교고전어 고전문헌 연구’로 한국연구재단 인문한국(HK) 중형연구소 사업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은 당시 불교계의 핫이슈였다. HK사업 선정을 계기로 수준 높은 불교학 연구자가 초빙되고 후속 연구자들이 양성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게다가 당시 HK사업에 선정된 과제 중 불교 관련 연구는 불교문화연구소의 불교고전어 연구가 유일했다. 때문에 금강대는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10년간 약 86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는 2007년부터 이후 10년 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대조번역과 공동번역, 다중번역이라는 번역 3원칙을 적용해 역주 작업을 진행함으로써 불교학 연구방법을 한 단계 진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규모 국제학술대회와 워크숍을 꾸준히 진행해 국내외의 중요한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것은 물론 국내의 신진 연구인력을 양성했다. 그뿐만 아니라 불교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일반인과 대학생이 불교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기초학문 역량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 어느 연구소보다 성과를 내던 불교문화연구소에 잡음이 나기 시작한 건 올 초여름부터다. 학교 측이 HK교수와 HK연구교수 5명을 ‘근무태만’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것이다. 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 측은 지난해 11월부터 출퇴근 카드를 도입, 직원들을 관리해왔다. 연구소도 예외는 없었는데, 문제는 외부활동이 많은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점이다. 학교 측은 공식 출장과 외부 학술활동으로 인한 부재를 결근으로 처리했고 이를 근거로 ‘근무태만’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직위해제가 된 교수 5명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징계위원회에 소명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이들이 더욱 억울한 것은 이들은 HK 사업 후에도 재임용이 보장된 전임교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수 3명은 2022년까지, 2명은 2019년에 재임용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며 이번 학기 수업조차 배정받지 못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금강대가 지난해 ‘부실대학’으로 지정되면서부터 예견된 일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강대는 지난해 8월,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재정지원제한대학’ Ⅰ유형에 지정되며 벼랑 끝에 내몰렸다. ‘부실대학’이 되면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대출 일부, 그리고 재정지원이 제한된다. 당시 금강대는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이 아닌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신규 일반재정사업이나 LINC+(산학협력)·BK21 플러스(연구)같은 특수목적사업 참여 기회가 제한될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임은호 기자
임은호 기자

‘부실대학’으로 더 이상 연구사업 등으로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정년을 보장하기로 했던 연구교수들에 대해 부담을 느껴 연구업적평가가 아닌 ‘근무태만’을 이유로 교수들을 내보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3년 설립 후 HK사업을 포함해 17여년 동안 혁혁한 연구 성과를 낸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는 “불교학계의 학술 품격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기관이 됐다. 2013년에는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인문한국(HK)사업 43개 연구소 가운데 최우수 평가를 받는 쾌거도 달성했다. 금강대가 위상을 높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HK교수들이 있다. 이들에게 붙은 ‘근무태만’이라는 꼬리표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unholic@beopbo.com

[1504 / 2019년 9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