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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승려복지특별분담금 신설 절실하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19.09.09 11:35
  • 호수 1504
  • 댓글 0

성직·수행자 노후복지제도
가톨릭 1973년·불교 2013년
비용 73억원 어떻게 마련하나

조계종 스님들은 철저한 독신의 삶을 영위한다. 치열한 수행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요 신념이다. 그리고 사유재산을 소유할 수 없다. 부처님과 맺은 인연에 따라 형성된 삼보정재이기 때문이다. 독신과 무소유, 조계종 스님들이 사회 대중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수행자라 해도 생로병사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렇다면 노후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왔을까? 농경중심의 전통 사원경제 구조에서는 큰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다. 기본적인 양식공급 문제는 사원 내에서 경작과 탁발을 통해 해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등분배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탁발해 얻은 음식이라 해도 4등분 해 스승, 병든 비구, 자신, 새들에게 분배했던 승가다. 그리고 시자가 스승을 시봉하는 ‘제도’를 엄격히 지킴으로써 노후에 맞닥트리는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했다.

전통적인 봉양체계 방식이 현대 승가의 노후를 담보할 수 있을까? 적어도 조계종 스님들은 ‘담보할 수 없다’는데 인식을 함께 한다. 2013년 조계종 승려복지회 자료에 따르면 조계종 스님들의 노후생활 불안 정도는 70%를 넘어섰다. 건강, 수행, 소득, 주거 전 분야에서 ‘불안 현상’이 나타났다. 2017년 국민연금연구원의 ‘성직자 노후보장 실태와 국민연급 가입제고 방안’자료에 의하면 노후가 걱정(매우) 된다는 비율에서 스님들은 45.5%(15.9%)를 보였다. 가톨릭의 14.2%(1.5%)에 비해 월등히 높다. 위법망구 신념에 금이 가서가 아니다. 노후복지 시스템이 현격한 차이를 만들어 냈다.

은퇴한 사제는 한 달에 약 135만원을 수령한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파트에 기거하는 사제에게는 주거에 필요한 생필품은 물론 가정부 지원 보조금까지 지급한다. 또한 의료비 일체와 함께 간병인 보조금도 지원한다. 가톨릭의 복지제도 역사는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톨릭은 1974년 3월 생계보조금과 병고시의 치료 보조금 지원을 목적으로 모든 사제가 월 1만원을 의무적으로 사제공제회에 납부하도록 했다. 교단은 국민연금 공단과 합의해 직장 가입자에 준하는 형태로 성직자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수행연금과 보건의료비 지원, 국민연금보험 가입 등으로 활로를 열게 한 조계종 승려복지법이 제정된 건 2011년이다. 사설사암을 짓고, 토굴을 마련하며 일정 부분의 사유재산을 소유하기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소유를 실천해야 할 스님들이 사유재산을 소유한다는 사실을 종단은 외면할 수 없었다. 2007년 승려법을 개정해 생전에 취득한 개인명의의 재산을 입적이나 환속할 경우 종단과 재적본사 그리고 거주 사찰에 출연토록 했다.

연장선상에서 조계종은 2010년 개인재산을 승려복지기금으로 활용하기 위한 ‘생전 유언장’ 제도를 시행했다. 결과는 어떠한가? 제도 시행 10년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종단 귀속은 7건뿐이었다. 물론 스님의 의지가 있었다 해도 가족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사회 상속법에 의해 재산은 종단이 아닌 혈족에게 분배된 경우도 많았다.

실효성 떨어진 유언장 제도는 폐기해야 할까? 아니라고 본다. 삼보정재를 지켜내는 일은 스님의 본분사 중 하나요, 종단의 책무이다. 나름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개인의 의지다. 그 의지를 굳건히 세워주려면 종단 차원의 승려노후복지 제도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2010년 조계종 총무원이 주최한 승가복지 제도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승려복지 연간 비용이 제기된 바 있는데 총 75억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은 13억원이었다. 현실 금액의 5배 이상의 펀드를 조성할 수 있는 건 승려복지특별분담금 신설 외에 별다른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9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규모 차이는 있겠지만 예산마련 자체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교구본사와 중앙종회, 총무원이 필요할 때다.

 

[1504 / 2019년 9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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