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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통찰은 용기와 지혜를 선사한다

  • 불서
  • 입력 2019.09.09 15:18
  • 호수 1504
  • 댓글 0

‘죽음을 명상하라’ / 조안 할리팩스 지음 / 이성동·김정숙 옮김 / 민족사

‘죽음을 명상하라’

우리는 매일 일상 속에서 고독·소외·실패·노화·질병·사고 등에 따른 다양한 죽음을 마주하거나 소식을 들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죽은 이에게 애도의 마음을 표하며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지만, 죽음은 죽은 이의 문제만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여파를 미치기 마련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자기의 삶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게 되고, 또한 남겨진 사람들에게 어떻게 죽음을 경험하는지에 대한 유산을 남긴다. 죽음이 결코 개인적인 일에 머물지 않는 이유다.

이처럼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보통 사람들은 어떠한 일을 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 자신을 교육하고 훈련하며, 몸을 돌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고, 인간관계를 걱정하면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것과 달리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는 소홀하다.

이에 인류학자 조안 할리팩스가 오래 전부터 임종을 앞둔 사람들의 명상치료에 관심을 가지면서 축적한 결과물을 ‘죽음을 명상하라’에 옮겼다. 지난 1994년 ‘죽음과 함께 하는 삶 프로젝트’를 창설해 수백 명의 의료 전문가들을 지속적으로 훈련시켜온 저자는 여기서 인생의 통과의례인 죽음을 맞아 정신적 분열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에게 마인드폴니스 수행은 임종 돌봄을 제공하는 것을 배우고 실천하는 토대가 되었다. 또 수행을 통해 고요한 내면의 공간에 접근하고 거기서 힘과 지혜를 끌어내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저자는 “마인드폴니스 수행으로 마음과 몸을 안정시킬 수 있으며,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줄이고,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고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 그것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직관력을 예리하게 해 준다”며 임종을 앞둔 이들의 명상 치료를 위한 훈련프로그램에서 삶의 용기와 지혜를 배울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책은 미국 컬럼비아 대학과 마이애미 의과대학 교수를 역임한 선승이자 인류학자인 저자가 50년 동안 임종 현장에서 일하며 터득한 죽음에 관한 명상의 정수를 담고 있다.

특히 임종에 직면한 사람과 접촉한 오랜 경험과 전문 돌봄 집단 및 임종자의 가족들에게 가르쳐 왔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어 독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준다. 여기서 저자가 전하는 죽음 앞에 용기로 마주한 사람들의 가슴 시린 이야기는 그 자체로 깊은 감동을 주고, 각 장의 끝에 누구나 따라해 볼 수 있도록 제시한 명상방법은 죽음이라는 문제에 대해 통합적으로 접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류학자 조안 할리팩스가 지난 50년 동안 임종 현장에서 일하며 터득한 죽음에 관한 명상의 정수를 담아 ‘죽음을 명상하라’로 엮었다.
인류학자 조안 할리팩스가 지난 50년 동안 임종 현장에서 일하며 터득한 죽음에 관한 명상의 정수를 담아 ‘죽음을 명상하라’로 엮었다.

책은 크게 3부 19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서문에서 “당신이 생각할 때 생각하고, 쓸 때 쓰고, 걸을 때 걷고, 침묵할 때 침묵하는 그대로 당신 앞에 나타나는 삶의 요소들을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한 저자는 죽음을 명상하는 중요한 지침으로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가만히 지켜보기’ ‘연민에 가득 찬 행동’을 제시한다.

그리고 책의 각 장마다 이 세 가지 지침이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어떻게 수행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불어 각 장의 마무리에서 명상과 수행을 통해 삶 속에서 죽음이라는 화두를 알아차림 공간으로 초대함으로써 죽음을 경험적 차원으로 느낄 수 있도록 실천적 지침을 제공해 죽음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 신성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죽어가는 이들과 함께 앉아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이타심·공감·진정성·존중·참여·연민과 지혜에 의존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저자가 “죽음을 품에 안는 것이 빠를수록, 삶에 전력질주하고 현실감 있게 살아가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했듯, 죽음의 문제는 곧 삶의 문제다. 따라서 죽음을 명상하고 통찰한 책에서 삶의 방향성을 찾고 지혜를 얻을 수 있다. 1만55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04 / 2019년 9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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