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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지혜

기자명 금해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9.09.23 16:16
  • 수정 2019.09.23 16:17
  • 호수 1505
  • 댓글 0

대부분은 눈으로 보는 것만 이해
공감 능력 뛰어나면 주변 밝아져
보살 삶은 일상 평범한 삶에 있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 속담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뜻이지요. 

유마경에는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고(以一切衆生病是故我病), 중생의 병이 나으면 나의 병도 없어질 것이다(若一切衆生得無病者則我病滅)’는 구절이 있습니다. 중생의 삶을 나의 삶처럼, 하나의 삶처럼 이해하고 포용한다는 불보살의 서원입니다.

이를 보면, 불교적 삶이 세간의 삶과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습니다.

추석 합동 차례가 끝난 후, 70대의 노거사님이 봉사하는 보살님들에게 작은 봉투에 용돈을 챙겨주셨습니다. 

“며칠 전부터 장 보고 김치 담그고, 오늘 새벽부터 이렇게 차례음식 장만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보살님들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놀러 오듯이 절에 와서 차례 지내고 점심 공양까지 잘 먹습니다”하며 칭찬도 듬뿍 해 주십니다. 

보살님들은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습니다. 노거사님의 세심한 칭찬은 다른 참석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2시간 정도의 기도와 법문이 합동 차례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절에서 받는 모든 편리함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런데 노거사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다른 누군가가 대신 했다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모두 한마디씩 감사의 인사를 하며, 설거지와 청소 등 뒷정리를 기꺼이 도와주었습니다. 보살님들도 감사한 마음으로 대하니 웃음꽃이 가득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으로 보는 것만을, 자기 생각대로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부분을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분들이 있습니다. 공감 능력이 뛰어나 상대의 삶과 고통을 쉽게 이해합니다. 곧 상대에 대한 배려, 자애로운 말과 행동으로 이어지고, 상대의 마음을 기쁘게 합니다. 빛이 어둠을 밝히듯, 주변의 사람들까지 밝고 긍정적으로 바꿔놓습니다.

올해 손자를 보신 보살님은 잘 키운 아들과 착한 며느리를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추석날, 아들 내외가 이혼하겠다며 크게 싸워서 눈물을 쏟았습니다. 서로 단점과 속상한 것들을 쏟아내고, 자신만 고생하고 희생한다고 생각하며 억울하다고 합니다.

보살님이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으니, 서로를 이해하라’고 아무리 타일러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볼 때, 아들도 며느리도 충분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일인데 말입니다.

중생의 삶은 고통입니다. 이것이 사성제(四聖諦) 중에서 고성제(苦聖諦)입니다.  생노병사(生老病死)와 숱한 욕망으로부터 일어나는 고통은 남녀노소, 갓난아기까지도 모두가 똑같이 겪습니다. 나의 고통과 모든 생명의 고통이 같음을 아는 사람은 모든 중생들에게 연민을 일으키고 그의 고통을 이해합니다. 

그러니, 고성제(苦聖諦)의 진리를 아는 사람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대상을 대견하게 여기게 됩니다. 하물며 그가 나의 가족이라면 얼마나 사랑스럽고 어여쁘겠습니까! 원망이나 억울함은 일어날 틈도 없을 것입니다.

추석 날, 모든 대중을 즐겁게 해 주신 노거사님께 감동했다고 말씀 드리니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해 주지 못했습니다. 아내의 삶을 좀 더 빨리 이해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하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리고 절에 다니면서 이런 지혜를 얻었고 매일 매일이 즐거우니, 감사하다고 합니다.
 

금해 스님

불보살의 삶을 배우고 실천하는 이들은 중생의 삶을 나의 삶처럼 이해하는 지혜를 갖게 됩니다. 그는 가장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갑니다. 보살의 삶은 경전이 아니라 일상의 평범한 삶속에 두루두루 있습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505 / 2019년 9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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