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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이상교의 ‘대추나무’

기자명 신현득

제사상의 첫 번째 자리 과일왕 대추
맛·열매모양·나무로 만든 가구 연상

대추 꽃에 벌 모인 모습 보며
다디단 열매가 열릴 것을 예측
야문 나무 다듬이 방망이 재목
민속과 관계 깊어 동요·시 소재

대추나무는 담장 안팎에 심어 가꾸는 과일나무였다. 그래서 골목 꼬마들과 친하고, 과일 나무 중 가장 늦게 잎과 꽃을 피운다. 그러나 밤이나 감보다 과일을 빨리 익힌다. 

그리고 대추가 익을 무렵이면 골목 꼬마들이 대추나무 밑에 모인다. 바람이 떨어뜨리는 대추를 주워 먹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생겨난 전래동요가 있다. 골목 꼬마들이 나무를 쳐다보고 부르는 어린이 민요다.

“바람아 바람아 불어라/ 대추야 대추야 떨어져라/ 아이야 아이야 주워라/ 어른은 어른은 잡수이소/ 송아지야 울어라. 움매~/ 망아지야 울어라 삐~효!”   

한가위에는 햇과일이 제사상에 놓이는데 대추가 첫째 자리. 다음이 밤, 그다음이 배, 그다음이 감의 차례이다. 대추가 옛적부터 과일의 왕 노릇을 해 왔던 것이다.

과일의 왕으로 우리의 민속과 관계가 깊었던 대추나무는 전래동요에서 뿐만 아니라, 현대 동시에서도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 대추나무 동시 한 편을 살펴보기로 한다.   

대추나무 / 이상교

자디잔 꽃에
벌들 몰려와 잉잉댈 때
알아봤다.

다디단 대추가 
열릴 거라는 걸.

잎사귀가 바람에 팔락이면서
반짝, 눈을 쏠 때
알아봤다. 
익은 대추 양 볼이
반들, 빛날 거라는 걸.

뱉어낸 대추씨가
작아도 단단한 걸 보니 
알겠다. 

대추나무 방망이가 
얼마나 야무지고 옹골찰지. 

이상교 동시집 ‘찰방찰방 밤을 건너’(2019)  

 

이 시는 대추 꽃·대추나무 잎사귀·대추씨를 보고, 대추의 맛·대추의 열매 모양·대추나무로 만든 단단한 기구를 연상해본 구상이다. 미래를 추적하는 짜임이어서 퍽 재미가 있다. 

대추나무는 꽃이 화려하지 않다. 자디잘다고 했다. 그 자질구레한 꽃에 벌이 모여서 꿀을 모은다. 대추 꽃이 지닌 꿀맛이 좋은 것이다. 그것으로 알 수가 있다. 다디단 대추가 열릴 거라는 것을. 잎사귀가 바람에 팔락이면서 눈을 쏠 때에도 알 수 있었다. 빨간 대추 열매 양 볼이 반들거릴 거라는 걸. 대추 열매 하나를 씹어보니 작고 야문 대추씨가 나온다. 그 야문 대추씨를 보아서 짐작이 간다. 이 나무로 만든 대추나무 방망이가 얼마나 야무지고도 옹골찰까를. 

그래서 옛적부터 야문 것을 견주어 말할 때, ‘대추나무 방망이 같다’는 말을 써 왔다. 어려운 일에도 잘 견디는 모진 사람의 비유다. 속담 사전의 해석이 그렇다. 대추나무가 워낙 야물기 때문에 다듬잇돌 모양으로 깎아서 다듬이질하는 기구로 써 왔는데, 이것을 ‘대추나무 다듬목’이라 했다. 

옛날의 어머니들은 한가위 명절에 온 식구의 옷을 갈아입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절을 앞두고 다듬이질 할 게 많았다. 대추나무 다듬목에 빨랫감을 펴고, 대추나무 방망이로 “또드랑 또드랑, 또드랑 또드랑….” 깊은 밤까지 일을 했다.  

이상교 시인은 서울 출신으로(1949), ‘소년’지 신인상(1973)에 동시가, 동아일보 신춘문예(1977)에 동화가 당선됐다. 동시집 ‘예쁘다고 말해줘’, 동화집 ‘처음 받은 상장’ 등을 내었고, 세종 아동문학상‧박홍근 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05 / 2019년 9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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