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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강릉이야기

기자명 임연숙

자신·주변 담아내는 작품들 연구

무표정한 얼굴 표정들에서
인위 없는 현실가족 느껴져
어색하지 않는 모습 인상적

임민혁 作 ‘강릉이야기17-1’, 한지에 목탄채색, 133×176cm, 2017년.
임민혁 作 ‘강릉이야기17-1’, 한지에 목탄채색, 133×176cm, 2017년.

이번 추석은 다른 때 보다 빠른데다가, 후덥지근해서 그다지 명절 느낌이 덜했던 것 같다. 늦더위와 함께 태풍과 비가 반복되더니 이제 서야 더위는 빠르게,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임만혁 작가의 개인전이 강원도 춘천 이상원 미술관에서 올 연말까지 열리고 있다. 작가는 강원도 출신으로 서울에서 대학원 이후 7년여 정도 활동을 하고 다시 줄곧 고향인 강릉에서 작업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접한 것이 그 서울생활 중 어느 시점이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 전시되었던 여러 작가의 작품 중에서 남미 대사관에서 임만혁 작가의 작품에 관심을 보였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접한 작가의 작품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그동안의 활동을 살펴보니 역시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고 여러 수상경력과 활동을 통해 활발한 활동과 중진작가로서의 자리매김을 알 수 있었다. 

줄곧 임 작가가 다루는 주제는 인물이다. 나와 가족,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해서 인물의 내면과 그 주변의 풍경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일상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하면서도 소중한 장면들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방파제, 그 위에 있는 사람들은 낚시를 하거나 가족이 함께 모여 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풍경이지만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소품들과 조연들은 작품을 한층 더 시적인 느낌이 들게 한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여 기법적으로나 미학적으로 다른 장르를 결합시켜 전통과 동시대성이라는 씨실 날실이 잘 조합된 느낌이다. 종이와 채색의 질감은 캔버스와 유화가 주는 지용성의 느낌이 아니라 거칠거칠하면서 담백한 느낌이다. 한지 위에 목탄과 채색을 동시에 사용하여 모필이 주는 선과는 또 다른 드로잉의 즉흥성과 자유분방함을 표현해 내고 있다. 목탄의 사용으로 화면은 좀 더 독특한 질감의 느낌을 준다.  

작가는 자화상, 가족시리즈 등을 통해 오랫동안 작가 자신과 주변을 담아내는 작품들을 연구해 왔다. 작가가 무엇을 표현해 낼 때 결국 그것은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롯이 그 한 사람은 하나의 세계라는 말처럼 한 사람을 표현하는 것은 모두를 표현하는 것이다. 커다란 눈, 무표정한 얼굴, 마른 몸이 임만혁 작가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이다. 특히 무표정한 얼굴은 인상적이다. 가족의 모습인데, 사진관에 걸린 가족사진처럼 따뜻해 보인다거나 다정해 보인다거나 혹은 그 반대라거나 하는 느낌이 없다. 그저 그냥 건조하다. 가족은 각기 다른 행동을 한다. 다른 일을 하고 각기 다른 곳을 응시한다. 이것이 더 현실가족처럼 느껴진다. 인위적으로 다정하지 않다. 한 공간에 다른 제 할일을 해도 어색하지 않은 것, 아무 말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것, 때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굴레처럼 느껴져 지겨운 것도 사실 가족이다. 

작가의 작품 속에는 간혹 조선 민화그림과 같은 느낌이 풍긴다. 연꽃이나 기러기, 게, 까치 등 민화풍의 자연물이 등장한다. 그림 속에서 굳이 상징성과 서로의 심리 관계를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부드러운 바람과 파스텔 톤으로 기억되는 강릉 바닷가의 어느 한 장면을 떠올리며 지난여름을 정리해 본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예술교육 팀장 curator@sejongpac.or.kr

 

[1505 / 2019년 9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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