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율사와 선덕여왕의 불국토 프로젝트
자장율사와 선덕여왕의 불국토 프로젝트
  • 심정섭 전문위원
  • 승인 2019.09.30 14:40
  • 호수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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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자장과 선덕여왕의 신라불국토 프로젝트’ / 정진원 지음 / 맑은소리 맑은나라
자장암은 자장율사가 통도사를 짓기 이전에 이곳 석벽 아래서 수도하며 창건했다.
자장암은 자장율사가 통도사를 짓기 이전에 이곳 석벽 아래서 수도하며 창건했다.
‘삼국유사, 자장과 선덕여왕의 신라불국토 프로젝트’ 

‘경주는 한때 절이 별처럼 퍼져있고 탑이 기러기처럼 늘어서 장관을 이루었다.’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에서 경주의 옛 모습을 이렇게 표현한데서, 그 시절 신라가 불국토의 일면을 갖추고 있었음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삼국유사’에서 전해지는 많은 기록에서도 신라가 일정 정도 불국토에 근접했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삼국 중 가장 늦게 불교가 전해지고, 이차돈의 순교가 있고서야 비로소 불교를 받아들이게 된 신라는 어떻게 불국토를 건설할 수 있었을까?

신라가 불국토라는 이상향에 근접한데는 자장율사와 선덕여왕의 공로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이 책 ‘삼국유사, 자장과 선덕여왕의 신라불국토 프로젝트’는 신라불교에 계율을 정하고 호국·호법을 위해 선덕여왕과 불국토 프로젝트를 펼친 자장을 주인공 삼아, 신라불교를 이끈 인물들을 하나씩 조명하고 있다. 

전작 ‘삼국유사, 여인과 걷다’에서 남성 영웅의 이면으로 자리하고 있는 훌륭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던 정진원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 연구교수가 사촌남매인 자장과 선덕여왕이 이상향의 나라를 건설해 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풀어냈다.

저자는 여기서 자장과 선덕이 관련된 ‘자장정율’ 편을 중심 텍스트로 하고 ‘황룡사 시리즈’ ‘오대산·문수보살 시리즈’ ‘진신사리 이야기’ ‘선덕여왕 이야기’ ‘진덕여왕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엮었다. 또 이 퍼즐을 단단하게 고정시키려 ‘삼국사기’ ‘당고승전’ ‘화랑세기’ 등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 증거로 제시하는 노력을 더했다.

“643년 선덕여왕은 기다리다 못해 당 태종에게 글을 보내어 자장을 신라에 보내줄 것을 요청한다. 당 태종과 태자는 달라는 대로 대장경과 번당·화개 등을 주어서 자장이 많은 불서와 불구를 가지고 7년 만에 귀국한다. 선덕여왕은 그를 분황사에 머무르게 하고 대국통으로 임명하였다.”

이렇게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의 수기를 받은 자장을 신라로 불러들인 선덕은 자장이 마음껏 불국토 건설의 청사진을 그리고 실현해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저자는 세속오계의 원광법사, 사천왕사를 지은 명랑법사 등도 자장율사를 앞뒤에서 끌어주고 밀어주는 조력자로 등장시키는 한편, 더 나아가 ‘삼국유사’ 전편을 종횡으로 누비면서 자장과 선덕의 불국토 건설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렇게 이루어진 ‘자장과 선덕의 신라불국토 프로젝트’를 실제 남아있는 유적을 답사하고 체험하며 완성했다.

“자장율사가 주축이 되는 신라불국토 프로젝트를 따라가며 자장과 선덕여왕이 사촌남매간임을 알 수 있었고, 선덕여왕에 이어 진덕여왕과 손을 잡고 신라불국토의 청사진을 실현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그의 ‘태평가’도 다시 보았다. 또한 자장의 삼촌 원광법사와 조카 명랑법사의 활약, 원효대사와의 혈연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힌 저자는 분황사·황룡사·통도사 등 불국토 건설의 하드웨어 구축 과정은 물론, 법흥·진흥·진평에 이어 신라 불국토 체제를 굳히는 다양한 인물들의 활약까지 담아냈다.

“‘삼국유사’는 우리에게 한국문화의 슬로푸드이자 오래된 미래를 제시하는 K-Classic의 보고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인드라망의 불교적 세계관을 경험하는 타임머신 여행에 나선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또한 ‘삼국유사’가 품고 있는 신라불국토 이야기를 통해 묵은 장맛이 간직한 신선한 지혜를 얻는 경험도 할 수 있다. 1만7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06호 / 2019년 10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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