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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탈종교화 시대, 오히려 믿음·깨달음에 주목”

  • 교계
  • 입력 2019.09.30 18:01
  • 수정 2019.10.01 09:27
  • 호수 1507
  • 댓글 0

화합과혁신위, ‘깨달음과 보살행’ 라운드테이블 토론

명법 스님·서재영 박사 발제
기복·깨달음 의미 전환 주장
신보다 인간행위 관심 많아
위로의 시대엔 보살행 필요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화합과혁신위원가 서울 전법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의 발제자들은 기복이라 치부된 믿음의 재인식, ‘깨달음 지상주의’에서 보살행으로 성취하는 '깨달음 전환'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화합과혁신위원가 서울 전법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의 발제자들은 기복이라 치부된 믿음의 재인식, ‘깨달음 지상주의’에서 보살행으로 성취하는 '깨달음 전환'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인공지능(AI)과 탈종교화의 시대에는 오히려 믿음과 깨달음이 더 요구될 것이다. 종교로서 불교의 새로운 가능성과 담론이 여기에 있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화합과혁신위원회(위원장 정념 스님, 이하 화합과혁신위)가 9월30일 서울 전법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 발제자들의 주장이다. 발제자들은 컴퓨터가 지성을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고 사람들이 종교에 무관심할수록 종교적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불교에서 기복이라 치부된 믿음의 재인식, ‘깨달음 지상주의’에서 보살행으로 성취하는 '깨달음'의 전환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조계종의 전환, 무엇을 이룰 것인가’를 총론으로 열리고 있는 라운드테이블 토론회 4번째 자리에는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명법 스님, 서재영 성균관대 초빙교수, 고명석 불교사회연구소 연구원이 발제자로 나섰다. 주제는 ‘깨달음과 보살행, 보살행과 깨달음’이었다.

명법 스님은 ‘보살도와 깨달음의 새로운 모색-한국불교의 새로운 담론과 가치’ 발제에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불교의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파고들었다. 인공지능과 생명과학 발달로 지성과 생명의 한계 그리고 고통을 초월한 인류가 출현할 경우 과연 불교가 약속하는 구원은 무엇인지를 살폈다.

스님은 “근대 합리주의에서는 인간성의 근원을 이성이라고 판단했고, 믿음은 신에 대한 것으로 이해되면서 배격됐다”며 “이성이 인공지능에 압도되는 시대이자, 신을 전제한 믿음과 신앙이 사라지고 있다. 지성과 이성보다 인간의 행위에 포커스를 맞춘 신앙으로 재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앙은 나와 전혀 무관한 타자에 대한 환대와 용서 등 열림의 시작이자 관계의 출발점”이라며 “기복이라고 폄하해왔지만 신이 없는 믿음은 불교에 녹아있다. 믿음은 도의 근원이라는 화엄경 말씀처럼 보살도의 출발점이 여기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생명과학 발달로 얻어진 육체적 고통 소멸에도 불구하고 무의미와 소외, 정신적 공황상태로부터 오는 고통의 소멸을 목표로 한 사회적 실천과 종교적 실천이 필요하다”며 “연기에 대한 타자론적 해석을 통해 고통 소멸에 대한 사회적 롤모델로서의 승가공동체를 복원하고 출재가공동체의 새로운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깨달음, 버릴 것인가? 전환할 것인가?’를 발제한 서재영 교수는 깨달음이라는 불교의 종교적 정체성을 포기하는 순간 목적지를 잃고 세속에 매몰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종교성을 내세우지 않고 잘 되는 곳으로 자제공덕회를 꼽지만 증엄 스님이 관음과 동격의 이미지화 된 종교성을 예로 들었다.

서 교수는 “내면적 공허를 딛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맥락을 지닌 깨달음은 매우 중요하다”며 “깨달음은 탈종교화 시대에 버릴 전통이 아니라 오히려 부각할 대목”이라고 역설했다. 다만 “불교의 종교적 특징을 담고 있는 깨달음을 깨는 것보다 그것이 갖고 있는 그릇을 잘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깨달음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어 “광덕 스님처럼 보현행으로 보리를 이루겠다는 것처럼 ‘깨달음의 전환’이 가능하다”며 “깨달음으로 향하는 마음과 행위로 탐욕에 물들어 고통을 반복하는 삶을 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인들이 깨달음이나 해탈, 영생보다 위로를 바란다는 2014년 대국민여론조사를 제시한 고명석 연구원은 깨달음만 강조되는 점을 지적하고, 보살의 원력과 보리심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현대철학에서 종교성을 타자의 아픔을 응시하고 함께하는 것으로 분석, 대자비의 실천을 통한 깨달음 실현을 언급했다.

고 연구원은 “결국 미래불교는 생명존중의 불교이자 온 생명의 행복을 추구하는 불교”라며 “생명에 대한 이타적 자비행[보살행]으로 평화와 행복의 길[공동체적 삶]을 걷는 생명존중불교는 대만의 인간불교를 잇는 새로운 생명해방의 불교”라고 말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507호 / 2019년 10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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