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5. 인연과 이혼

기자명 법장 스님

중매, 율장과 보살계에서 엄격히 금지

불교, 인연을 중시하기 때문에
결혼·중매 적극적일 것 같지만
독신 수행자 섣부른 판단으로
이혼 등 고통 줄 수 있어 금해 

‘대한민국 이혼율, OECD 국가 중 9위’라는 신문기사를 보고 너무나 놀랐다. 매체에 따라 이혼율에 대한 차이가 있으나 우리나라가 이혼율이 높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1997년 IMF사태를 겪은 뒤로 경제적인 이유와 성격차이 등에 의한 이혼율이 급증했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불교의 입장에서 이런 뉴스는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것이 다른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맞추고 양보하며 살아가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이 그 관계에 대해 간섭하고 충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또한 결혼을 하지 않는 출가 승려가 충고를 한다는 것은 다소 모순적이기도 하다. 다만 불교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인연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고 그 인연 중에 서로에게 더욱 강하게 이어진 끈에 의해 부부의 인연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런 인연의 끈이 경제적인 이유와 성격의 차이로 인해 끊어진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그리고 그 소중한 인연에 의해 생겨난 또 다른 인연인 자녀들에게도 큰 상처를 주고 가족들에게도 지울 수 없는 아픔을 줄 수 있다. 한 때의 소중한 인연이 서로에게 악연이 되어 고통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결혼이라는 것이 부부가 행복하게 가족을 꾸려 살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서로에 대한 여러 가지 갈등 등에 의해 결코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기기도 한다. 이는 결코 지금의 문제만은 아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남녀관계의 문제들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다만 출가 승려에게 상의하여 서로를 소개받아 결혼을 하면서 불교와의 문제가 생긴 것이다. 행복하기만한 결혼이면 다행이겠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생겨나며 승려와 승가에 원망을 한 것이다. 그래서 율장에서는 남녀의 중매와 소개를 하는 것을 ‘승잔죄’로써 금지하고 있다. 또한 부부싸움을 하고 그 승려에게 불만을 토로하였으나 중재를 하지 못하면 ‘투란차’라는 죄까지도 생긴다. 이는 ‘범망경’에서도 마찬가지로, 태현 스님은 48경계의 제29, 30계에서 남녀의 관계에 대해 점(궁합)을 봐주거나 예언을 해서는 안 되고 중매를 해서도 안 된다고 설명한다. 

인연을 중요시하는 불교이기에 중매와 결혼 등에 대해서 적극적일 것 같으나 사람 간의 문제는 언제나 서로 간의 이해가 없이는 해결할 수 없기에 독신수행자의 섣부른 행동과 판단으로 그들에게 아픔을 줄 수도 있는 중매를 율장과 보살계에서는 엄격하게 금지시키고 있다. 그러나 만약 승려가 중매를 해서 결혼한 경우에는 그 부부의 관계가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싸움 등을 화해시켜주어야 하고 그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잘 일깨워주어 불교적인 삶으로 가족 간의 불화를 해결하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앞의 칼럼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불교에서는 특히 사람 간에 ‘말’로써 생기는 일들에 대해 주의시키고 있다. 가족뿐만 아닌 사회의 여러 문제에는 대부분 말로써 생긴 것이 많다. 자신만을 내세우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상대를 무시하고 이간질한 말들이 큰 문제로 이어진다. 작은 일에도 상대를 칭찬해주고, 힘든 일을 들어주며 손잡아 주는 것이 바로 배려인 것이다. 특히 부부라면 어떤 관계보다도 서로를 배려해줘야 하는 사이이다. 그런 사이가 서로를 헐뜯고 자신만을 내세운다는 것은 상대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고 성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만 상대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행동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과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겠으나 인연의 끈을 자른다는 것은 자신뿐만이 아닌 가족들에게도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일이기에 결코 감정에 휩싸여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시절인연’이라는 말과 같이 우리의 인연은 각자의 알맞은 때에 생겨난 것이다. 인위적으로 그것을 당겨오거나 밀어내서는 안 된다. 어떠한 인연이든 우리의 삶과 함께 공존하고 있고 자신의 시절에 맞추어 나타나는 것이기에 주위의 인연에 소중함을 갖고 배려와 사랑의 마음으로 대한다면 서로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06호 / 2019년 10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