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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신라와 서라벌

기자명 현진 스님

불교·신라, 불가분 관계임을 드러내는 명칭

부처님 당시 크게 번영했던 
코살라국 도읍지 쉬라바스티
새 도읍이 그렇게 되길 바란
신라인들의 염원 담긴 이름

학교에서 배운 우리의 고대역사는 어린아이의 머리로도 늘 미심쩍음이 일곤 했었다. 지금의 경상도 진한 땅에 새로운 나라를 세우며 내건 국명을 새로운[新] 그물[羅]을 펼치듯 널리 국력이 퍼져가길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신라(新羅)라 하였으며, 새로운[셔,설] 벌판[벌]에 도읍을 정했으니 서라벌(徐羅伐)이라 하였다고 들었으니 말이다.

사실 신라와 서라벌 정도까지야 어린백성이 그러려니 하고 들었던 것이 사실인데, 나라의 왕을 뽑는데 떡을 베어 물게 하여 그 이빨자국이 큰 사람을 왕으로 삼았기에 그 명칭을 잇금 혹은 이사금이라고 했다는 말은 역사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무슨 우스개 구연동화쯤으로 들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훌륭한 학승께서 민족정기를 위하는 마음에 정성으로 쓰신 ‘삼국유사’란 책에 그리 적혀있다고 선생님께서 특별히 강조까지 하시니, 그 말씀에 토를 달았다가는 반민족의 반동분자로 몰리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의 분위기였다.

그 당시, 최소한 30~40년 전에는 이렇게 우리 고대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름들을 해석할 방법론으론 한문(漢文)이란 도구 외에는 딱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양주동 박사님께서 ‘서라벌 밝은 달에 밤들이 노닐다가…’로 해석해낸 이두체의 시가 또한 한문으로 된 것을 입이 닳도록 읽어내다 귀에 걸린 몇 가지 우리말과 비슷한 것으로부터 건져낸 거의 창조물 유사품일 정도였다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궁하면 통한다 하였던가? 싫든 좋든 우리역사의 근간을 이룬 불교의 역사를 중국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그 원류인 인도불교의 역사까지 들여다보자 그제야 보이는 한 가지가 바로 범어(梵語) 곧 산스끄리뜨(sanskrit)이다. 그렇다고 범어를 역사에서 이제야 알았다고 한다면 큰 착각이다. 팔만대장경에는 엄연히 범어사전류가 다수 존재하고, 최소한 고려 때 학승이나 불교를 공부하는 이라면 범어가 제2외국어마냥 필히 익혀야했던 언어란 것은 충분히 짐작가능하다. 어느 때부턴가 시작하여 얼마 전까지 빠트리고 있었을 뿐이다.

단순히 불교 언어이기에 산스끄리뜨어가 우리 역사에 깊이 개입되어 있다고 보는 것 또한 중요한 부분을 간과한 것이다. 신라인은 한반도 도래 이전부터 기실은 불교를 알고 신봉하던 부족이었음이 중국역사에 여기저기 기록으로 남아있는데, 그래서 그들의 여러 명칭들이 한문에만 근거해선 뜻을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우리 새로운 나라도 부처님의 승가가 튼실한 계율(śīla)에 기반을 하였듯이 올바른 법령에 기반한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라 이름을 쉴라[新羅]로 할 것이며, 그 도읍지는 부처님께서 가장 오래 머무시며 가르침을 펼치셨던 쉬라바스티(śravasti)처럼 되길 기원하는 의미에서 쉬라벌[徐羅伐]로 할 것입니다.’ 이 정도라면 그리 큰 무리가 없는 역사구연이 아닐까? 당시의 신라는 그 이름을 지금의 중동지역까지 드날렸었는데, 지금도 남은 그곳의 기록에 신라의 국명이 ‘Sila(실라)’ 정도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 위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인도 동북부의 조그만 촌락 쉬라바스티는 부처님 당시의 승원인 기원정사는 물론 도시의 고대 지명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보잘 것 없지만 부처님 당시만 해도 코살라국의 수도였던 쉬라바스티는 인도 중북부의 통상거점 도시로 많은 인구가 머물고 거쳐 가는 곳이었다. 신라인의 입장에선 자신들의 뇌리에 가장 번창했던 도시가 바로 쉬라바스티였기에 새롭게 정한 도읍지가 그곳을 닮기를 바랐던 것은 당연하리라.

범어와 불교가 불가분이요, 불교와 신라가 불가분이며, 신라와 우리의 고대역사가 불가분인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것이 범어와 불교 및 우리역사를 떼어놓고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현진 스님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sanskritsil@hotmail.com

 

[1506호 / 2019년 10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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