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신교, 불교 들러리 세우려 하나

  • 기자칼럼
  • 입력 2019.10.01 16:50
  • 수정 2019.10.02 10:26
  • 호수 1507
  • 댓글 29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한 보수 개신교 단체들이 10월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범국민 대회를 집행한다고 9월30일 일간지 신문광고를 통해 예고했다. 행사의 총괄대표는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이며, 총괄본부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특임장관을 역임한 이재오씨다. 준비위원으로는 전국253개기독교지역연합대표 장경동 목사를 비롯해 개신교계 인사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전체 지면의 절반가량을 이 행사에 참여하는 기독교지역연합의 이름으로 채워 사실상 개신교 행사임을 드러냈다.

의아한 점은 초청글 말미에 대표자로 전광훈 목사의 이름과 함께 불교와 가톨릭 관계자의 이름을 함께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이 대회의 주요 관계자 명단에는 개신교측 인사 9만여명이 함께한다고 밝힌 반면, 불교는 8명, 가톨릭은 4명에 불과했다. 불교계 대표로는 ‘응천(대불총 호국승군단), 도산(태고종 전 총무원장), 법문, 구지, 청해, 해동, 고봉(미륵종인권위원장), 신학’이라는 인물이 이름을 올렸다. 불교 대표라는 응천 스님은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호국군승단장이며 생활실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이다.

불교계 내부에서 이들이 한국불교를 대표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이 행사에 불교와 가톨릭 관계자의 이름을 함께 대표자로 올려놓은 것은 보수 개신교만의 행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얘기들이 나온다. 사실상 불교와 가톨릭 관계자를 들러리로 세웠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광훈 목사는 종교간 대화와 화합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는 잇따른 종교화합과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한 언행으로 이웃 종교계뿐 아니라 개신교계 내부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7대 종교 지도자들의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에서조차 개신교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한기총과 전광훈 목사를 배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국253개기독교지역연합대표 장경동 목사도 각종 편향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다. 대전중문침례교회 담임목사인 그는 2008년 설교 중 “스님들은 쓸데없는 짓 말고 빨리 예수를 믿어야 한다.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 산다. 내가 경동교를 만들면 안 되듯이 석가모니도 불교를 만들면 안 되었다”고 발언해 불교계에 거센 항의를 받았다. 20대 총선 때는 교회에서 특정 정당의 홍보영상을 틀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한국의 다종교 상황에서 종교간 대화와 이해가 꼭 필요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보여준 개신교의 행보는 역주행에 가깝다. 그러다 돌연 개신교가 주도하는 정치성 행사에 몇몇 불교인과 가톨릭인이 포함된 것을 순수한 의도나 정직함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현태 기자
김현태 기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인의 공통된 가르침이 있다면 정직을 강조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요즘 종교계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이유도 정직과 멀어졌기 때문일 수 있다. 기독교 성서에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구절이 나온다. 이번 행사의 주최자들은 광화문에 모여 누군가를 꾸짖기 전에 스스로의 허물과 위선부터 돌아볼 일이다.

[1507호 / 2019년 10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