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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의 시대, 수희공덕(隨喜功德)이 답이다

기자명 심원 스님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주고, 누군가가 수행을 잘 하거나 공덕 짓는 일을 하면 내가 성취한 것처럼 기뻐해주는 것, 그것을 수희공덕이라 한다. 수희공덕은 초기불교의 사무량심(四無量心) 중 희무량심(喜無量心)에 연원한 것으로, 대승불교에서는 ‘화엄경’ 보현행원의 10가지 행원 중 다섯 번째 행원이며 ‘법화경’ 제18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 지은 공덕을 그냥 따라 기뻐해주기만 하면, 그 공덕에 편승해서 나도 똑 같이 그만큼의 공덕이 성취되니, 세상에서 이만큼이나 쉬운 공덕행도 없는 듯하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이보다 어려운 수행은 없다. 차라리 아주 모르는 남일 때는 생각 없이 기뻐하고 생각 없이 칭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까운 사이일수록 ‘진심으로’ 기뻐하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라는 속담까지 생겼을까. 겉으로는 따라서 기뻐해 주는 척하고 입으로 칭찬도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부러움을 넘어 시기심과 질투심이 스멀스멀 올라오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슬그머니 심기가 틀어진다. 왜일까? 비교하는 마음 때문이다.

심리학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열등감과 우월감은 항상 쌍으로 온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부러움과 질투를 촉발한다고 여겨지는 열등감의 원형적 감정(그림자)을 ‘우월감’이라고 본 것이다. 자기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여 상대방이 가진 그 무엇을 나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때 그 마음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너가 아닌 나야말로 그걸 가질 수 있는데, 가질 자격이 있는데…’라는 마음이 버티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처럼 흥미롭게도 열등감과 우월감은 어느 한쪽이 드러나면 다른 한쪽은 그림자로 따라다니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불교로 돌아와 보면, ‘구사론’은 인간의 마음작용을 치밀하게 분석‧정리하여 체계화한 아비달마 논서로, 특히 번뇌의 발생구조와 해탈에 이르는 수행방법을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구사론’에 의하면 우월감이나 열등감과 연관된 마음작용은 ‘만(慢)’이라는 심소에 해당한다. 만은 차별하고 비교함으로 생겨난 마음작용 전반을 일컫는데, 표출되는 상황에 따라 만(慢)·과만(過慢)·만과만(慢過慢)·아만(我慢)·증상만(增上慢)·비만(卑慢)·사만(邪慢)의 7만(七慢)으로 세분한다.

대부분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이 더 낫다고 여겨 잘난 체하고 거들먹거리는 우월감에 속하지만, 비만(범어 ūna-māna, ‘inferiority-complex’로 영역)은 약간 결이 다르다. 비만은 자신이 남보다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못한 정도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여김으로써 자신을 높이고자 하는, 열등감과 우월감이 혼재된 매우 복합적인 마음작용이라 할 수 있다. 또 비만은 여타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수반하는데, 다양한 방법으로 타인을 깎아내리거나 공격하면서 자신의 우월감을 유지하려 한다. 이런 성향이 강한 사람은 주변사람들을 불편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집단 따돌림을 자초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 ‘상대적 박탈감(Relative Deprivation)’으로 인한 사회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은 경제‧복지 면에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함으로써 스스로 빈곤해지는 박탈감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배고픔’보다 ‘배아픔’이 더 심각한 문제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참된 의미의 수희공덕은 불가능한 것일까?  

타인과의 차이를 인식하고 비교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속성이다. 다만 여기에 끈적끈적한 그 무엇인가를 덧붙이지 않는다면, 그래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열등감과 우월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것이 마음 길을 닦는 첩경이다. 늘 스스로를 돌아보고 챙겨서 이런 수행이 내재화되면 수희공덕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끊임없이 비교하며 우열을 가리는 날선 현실이 아니라 모두가 더불어 수희공덕 성취하는 훈훈한 세상을 두 손 모아 기원해 본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전 강사 chsimwon@daum.net

 

[1507호 / 2019년 10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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