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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풀어낸 동화에서 나를 성찰하다

  • 불서
  • 입력 2019.10.07 14:07
  • 호수 1507
  • 댓글 0

‘동화가 있는 철학 서재’ / 이일야 지음 / 담앤북스

‘동화가 있는 철학 서재’

“임금님의 상투를 튼 선비가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외친 것이 알려지면서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임금님 귀가 크기 때문에 백성들의 이야기를 잘 들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큰 귀를 창피하게 생각했던 임금님은 백성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신의 귀를 가리고 있던 두건을 벗어던졌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의 귀가 큰 이유는 백성들의 소리를 잘 들으라는데 있음을 깨달았다.”

전래 동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대략적 내용이다. 어린이들은 이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그런데 그 어린 시절을 거친 어른들은 과연 지금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왜 그렇게 됐을까? 대부분 어릴 때 순수함은 사라지고 자본과 권력, 물질이 지배하는 세상을 살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생겨난 현상이다.

특히 내 입장이 상대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 쉽게 대화를 포기한다. 싸움만 일어나고 사이가 더 나빠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을 비롯해 친한 사이일수록 정치나 종교 이야기를 꺼린다. 하지만 대화는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두 가지 입장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쉽게 통할 수 없다. 때문에 잘 들으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동화 속 임금님이 마음의 귀를 열어 놓은 것처럼 말이다.

‘동화가 있는 철학 서재’는 동화에 빠져든 철학자가 전하는 30가지 인생 성찰을 담고 있다. 전북대와 전주교육대에서 철학·종교학·동양사상 등을 강의했던 일야 이창구 전북불교대학 학장이 동화의 이야기와 숨겨진 뜻을 찾아 인문학적으로 풀어내,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도록 돕고 있다.

동화는 아이들의 눈과 마음으로 쓰였기 때문에 종종 자기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비유된다. 이솝우화나 전래동화 역시 대부분 교훈을 담고 있으며, 그 사회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는 대부분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동화를 통해 인생 성찰의 기회를 갖도록 한 저자는 “자연이라는 거위가 낳는 황금알이 우리 삶에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아야 한다”며 선택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동화를 통해 인생 성찰의 기회를 갖도록 한 저자는 “자연이라는 거위가 낳는 황금알이 우리 삶에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아야 한다”며 선택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우리가 알던 결말이 과연 맞는 것일까?’를 돌아봤다. 그리고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이라는 흔한 결말과 교훈을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통찰하고 오늘날 사회상에 맞대어 분석했다.

그래서 저자는 ‘선녀와 나무꾼’을 통해 남편과의 삶도 좋지만 평생 그리워했던 하늘나라를 택한 선녀의 자유, 부인에게 날개옷을 내어준 나무꾼의 양심을 생각한다. 또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인간의 욕구와 탐욕으로 망가져가는 생태 환경을 짚어본다. 그리고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에서는 “호랑이라는 권력자를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힘없는 개인들의 협동과 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 사회에는 자본과 물질, 권력에 취한 호랑이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그들을 미망에서 깨어나게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할머니와 알밤과 같은 작지만 주권을 가진 이들”이라며 호랑이라는 권력과 할머니를 구한 연대의 힘을 설명한다. 

이처럼 저자는 자기성찰과 지혜, 사회에 대한 색다른 시선으로 동화 인문학을 써내려갔다. 크게 ‘인생 서재’와 ‘감정 서재’로 나눈 책은 각각 15편씩, 모두 30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화와 인문학의 만남, 혹은 동화를 통한 인문학적 의미 찾기라 할 수 있는 책에서 지금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있는지, 스스로의 인생을 성찰하는 시간을 만날 수 있다. 1만4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07호 / 2019년 10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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