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문수보살에서 만주까지
37. 문수보살에서 만주까지
  • 현진 스님
  • 승인 2019.10.08 10:59
  • 호수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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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는 문수보살 신봉하는 민족이 사는 땅

문수보살·신라인·만주는
불교를 기반으로 연결돼
중국 금나라 세운 왕조는
신라왕족 후예로 알려져

문수보살(文殊菩薩)의 산스끄리뜨 표기는 ‘만주쉬리보디삿뜨와(mañjuśri_bodhisattva)’이다. 만주(mañju)는 아름다움을, 쉬리(śrī)는 행운을, 그리고 보디삿뜨와(bodhisattva)는 완벽한 깨달음의 상태에 이른 이를 의미한다. 만주쉬리는 초기에 만수실리(滿殊尸利)로 한역되었다가 후기에 뒷부분이 생략된 문수(文殊)라는 이름으로 정착하게 되는데, 그 중간에는 만수실리(曼殊室利)와 문수사리 등으로 한역되기도 하였다.

대승불교의 상징이기도 한 보살 가운데 한 분인 지혜의 문수보살과 우리 고대역사에서 화려한 활동을 펼쳤던 신라인들, 그리고 지금도 우리의 아련한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땅인 만주(滿洲)는 불교를 기반으로 뚜렷한 연결고리가 연이어져 있다. 비록 재야사학(在野史學) 중심의 야사를 근거로 한, 그렇지만 중국정사에도 그 근거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내용으로 이야기 한 자락을 펼쳐본다.

‘그들은 금으로 된 사람[金人]을 모셔놓고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는 한대(漢代)의 기록과 함께 돈황의 석굴군에 그에 해당하는 간략한 벽화를 통해 중국의 역사에 등장하는 종족을 중국은 흉노(匈奴)라는 폄하된 이름으로 부른다. 그러나 유목민이자 높은 수준의 문화를 지녔던 그들은 서북지역에서 한 때 한나라 중원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성장하다가 결국엔 한무제에 의해 패망하여 그 잔존세력이 내륙으로 강제이주 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들 가운데 지도자격인 이가 한나라 황실의 말을 돌보는 노비로 전락해 지내다가 무제의 암살음모를 막아준 공로로 한무제로부터 투후(秺侯)로 불리는 제후로 책봉되며 금인(金人)을 모신다는 그들의 습속에 의거해 황제로부터 김씨 성을 하사받았으니, 이가 바로 패망한 흉노 휴도왕(休屠王)의 태자 김일제(金日磾)로서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문무왕의 7대조에 해당한다. 이것이 중국에서 발생한 성씨 가운데 최초이자 유일한 김씨(金氏)이다. 흉노가 예전부터 모셨다는 금인은 불상으로 이해되는데, 이는 불교가 중국에 전해지는 초기에 그들은 이미 불교를 신봉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투후의 세력은 전한을 멸망시키고 신(新)을 건국한 왕망을 도와 일순간 부흥하였으나, 후한에 의해 왕망이 패망하자 그 후사를 두려워하여 대부분의 일족을 이끌고 도피해 건너온 것이 당시의 한반도 남부지역이었다. 그리하여 지금의 경상도 땅에 어려움 끝에 정착하여 건국한 것이 신라이다. 중국역사에 신라인은 고구려나 백제인들과 언어와 습속 등이 완전히 다르다고 기록되어 있다.

신라의 숭불은 그 영향력이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되었다 여길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통일신라의 찬란한 불교문화를 일구었던 신라는 그 후 고려에 왕위를 넘겨준 뒤 역사의 전면에서 사라지는데 몇몇 사서에 의하면 왕족의 중심세력이 지금의 만주지역으로 이동한 것을 알 수 있다. 그곳에서 오랜 세월을 지나던 그들은 다시 역사의 전면으로 나와 건국한 나라가 금나라인데, 그 시조 김함보(金函普)는 자신이 신라왕족의 후손이라 자칭하였다. 그 후 다시 동일계열의 부족이 중심이 되어 청나라를 건국하게 되는데, 황족의 성씨가 애신각라(愛新覺羅)로서 만주어 애신[金]과 각라[氏]의 음을 한문으로 옮긴 것이기도 한 동시에 ‘신라를 사랑하고 그 정신을 이어받는다’는 의미도 중첩적으로 지니고 있다.

청나라를 건국한 이들을 역사에선 만족(滿族)이라 일컫는다. 그 호칭의 유래는 불교 가운데 문수신앙(文殊信仰), 즉 만주실리(曼殊室利)보살을 받드는 부족으로 알려진 데서 온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오랜 삶의 터전을 삼았던 지역을 만족(滿族)의 지역이란 의미에서 만주(滿洲)라 일컬었다. 그러니 만주라는 명칭은 간략히 문수보살 신앙을 신봉하던 민족이 사는 땅이란 의미이다.

현진 스님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sanskritsil@hotmail.com

 

[1507호 / 2019년 10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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