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수행 박은경(48)-상
절수행 박은경(48)-상
  • 법보
  • 승인 2019.10.08 11:27
  • 호수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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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남매 키우며 일하는 워킹맘
어린이법회에 참석하며 기도
작심삼일 신행 이어가다 발심
매일 참회 108배 10만배 도전
박은경<br>
박은경

하늘에 영롱한 초승달…. 은은한 달빛 사이로 엄마 얼굴을 마주한다. 엄마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과 단어들을 나지막이 외우고 있었다. 딸은 그렇게 새벽마다 엄마의 독경과 염불소리에 잠이 깨곤 했다. 

사랑하는 내 어머니! 어머니는 추운 날, 더운 날 가리지 않고 절에 가서 지성으로 부처님께 예불 드렸다. 신심 깊은 어머니 덕분에 자연스럽게 절을 왕래하게 됐고, 자상하신 스님들의 전법 덕분이다. 망설임도 흔들림도 없이 어느덧 불교는 내 삶의 종교로 자리 잡게 되었다. 

결혼 후 홍법사와 신행생활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딸과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아들. 3남매 중 두 아이가 홍법사 동자승 단기 출가를 경험했고, 어린이법회를 통해 부처님의 법을 하나씩 배워나갔다. 지금도 우리 가족 모두는 부처님 말씀대로 살고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항상 자랑스럽다.

나는 평일에는 직장 생활을 하는 워킹맘이다. 일요일에는 어린이법회에 참석하며 나름 기도로 신심을 키운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두서없는 접근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기도가 될 뻔했다. 누가 어떤 기도가 좋다고 하면 따라서 며칠을 하고, 또 어떤 기도가 좋다고 하면 덜컥 시작하고…. 그렇게 몇 번 하다가 그만 포기하고 다시 반복하기를 수차례…. 

이제는 수행 염원을 갖고 진득하게 몰입해야겠다는 원이 생길 무렵, 시절인연이 닿았다. 홍법사 동림 어린이법회에서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내 안의 감사향기’ 감사수행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동참했다. 

감사수행 덕분에 이슬에 옷이 젖듯, 점점 내 마음은 하루하루 감사의 충만함으로 채워져 갔다. 그러던 중 어린이법회의 자모회 기도모임에서 매일 108배, 1000일 동안 10만배를 성취하는 참회와 감사기도를 함께 하자는 권유를 받았다. 사실상 무늬만 불자인 듯한 신행을 이어온 나 자신을 돌이켜보았다. 이번에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고, 용기를 내어 동참해야겠다고 발심했다.

본격적인 108배 수행이 시작되었다. 날마다 퇴근 후 짬을 내 수행하자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엄마가 절하는 모습에 개구쟁이 초등학생 아들도 본인이 좋아하는 야구선수 108명으로 ‘지심귀명례 손아섭’ ‘지심귀명례 린드블럼’ 이렇게 108배를 함께하면서 나의 절 수행에 큰 힘을 보태주었다. 방학이 되면 대학생 딸도 집에서 같이 108배 수행에 동참했다. 이렇게 가족이 응원해 준 덕분에 하루하루 이어지는 108배 참회기도는 늘 감사의 발원으로 회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실 나는 5년 전, 3남매를 둔 엄마로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왜 내가? 뭘? 이 세상에서 그리 잘못했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지?’ 하는 절망에 한동안 절에 가기 싫었던 시간이 있었다. 1년 동안 계속되는 병원치료와 입·퇴원이 반복됐다. 부작용까지 생겨 이를 감당해내어야 할 시기에는 부처님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게다가 큰아들은 사춘기! 막내아들은 이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 모두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였다. 3남매를 생각하면 걱정과 한탄의 눈물이 쏟아졌다.

그렇게 원망스러운 부처님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수행이었다. 입원 준비 가방에 ‘지장경’ ‘관세음보살보문품’ ‘금강경’을 꼭 챙겼다. 이 경전들을 들고 다니며 수시로 병실에서 주위 다른 환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작은 소리로 읽고 또 읽었다. 퇴원 후 병실에서 같이 지내신 분의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기독교성서를 읽는 줄로만 알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 당시 나의 마음은 마치 엄마에게 혼나면서도 엄마를 찾는 어린아이의 애타고 간절한 심정으로 독경을 이어갔던 것 같다.

간절함…. 오직 건강한 몸을 회복하여 아이들과 남편이 있는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고픈 엄마의 간절함이었다. 부처님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오직 부처님과 경전만이 나의 의지처가 되어 준 것이다.

 

[1507호 / 2019년 10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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