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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원력 결집, ‘불자 자긍심’ 고양 견인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19.10.14 13:13
  • 호수 1507
  • 댓글 0

‘원력’에 담긴 의미는 깊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스스로 보살이 되어 다른 사람을 구제하려는 굳은 결의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목적  또는 공동체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는 결연한 의지다.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측면에서 보면 후자를 ‘소극적 원력’이라 하겠지만 개인을 넘어 공동체의 현안을 타개하려는 서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억불숭유 시대에 꺼져가는 법등을 다시금 밝혔던 허응보우 스님의 삶을 돌아보면 이해할 수 있다.

허응보우 스님은 연산군이 폐지한 선교양종을 복원한 후 승과를 복원해 실시했고, 성종이 폐지한 도첩제를 다시 허용했다. 출가의 고귀함을 만천하에 일깨우고 승려로서의 지위를 향상시켰음이다. 그리고 황폐한 사찰을 새롭게 일으켜 불교의 존재감을 고양시켰다. 쇠락한 불교를 일으켜 세우려 했던 허응보우 스님은 유학자들로부터 혹독한 비난을 받았고 제주도에서 끝내 순교했다. 허응보우 스님이 이 땅에 심고자 했던 건 자긍심이었고, 그 자긍심을 바탕으로 불교를 중흥시키려 했던 것이다. 공동체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원력에도 숭고한 가치가 있음을 직시할 수 있다. 조계종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백만원력 결집’도 불교 공동체의 당면현안 해결을 위한 원력이다. 

불교계 지도자라면 ‘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기억할 것이다. 표본집계 결과 불교인구수가 개신교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1985년 통계청 종교인구 조사 이후 불교가 1위를 내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물론 그 통계 하나로 불교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졌다거나, 불교의 존재감이 극심하게 약화됐다고까지 볼 일은 아니다. 당시 조사결과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다만, 불자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다는 사실만은 간과할 수 없었다. 종교별 연령 비율에서 19세 이하인 경우 기독교가 20%를 전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불교는 그에 절반인 9.7%에 그쳤다. 불교미래를 짊어질 어린이, 청소년 나아가 청년 포교에 정성을 보이지 않는 불교계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어린이, 청년 등의 계층별 포교 전략과 그에 따른 정책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긍심’을 심어줄 수 없다면 그 어떤 정책도 실효성을 거두기란 불가능하다고 본다. 

‘백만원력 결집’은 깨달음의 성지 인도 부다가야에 종단 차원의 ‘한국사찰’을 짓겠다고 했다. 반가운 일이다. 순례의 최대 장점은 육신의 고통 속에서도 신앙적 체험을 통해 자정의 환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경험을 토대로 고답적인 인식을 전환시켜 삶의 가치를 새롭게 확정하기도 한다. ‘순례가 평생의 학습장으로 활용 된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3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 끝에 닿은 성당에서 예배를 올리는 기독교인들은 사랑과 배려를 온몸으로 느낀다고 한다. 인도 순례길을 떠난 불자들이 부다가야의 한국사찰에서 자비와 상생을 온몸으로 깨달을 수 있도록 우리는 도와야 한다.

경주 남산 열암곡에 쓰러져 있는 통일신라 마애불상은 조선 명종 12년인 1557년에 강도 6.4규모의 지진에 의해 넘어졌다는 분석이 있었다. 허응보우 스님이 승과를 부활시키며 활약한 때다. 2007년부터 입불(入佛)이 용이하지 않다면 와불(臥佛) 형태로 라도 상호를 드러내기 위해 다각도로 논의됐으나 거대한 크기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통적인 공법으로는 입불이 어렵고, 지반을 보강한 뒤 호이스트 크레인이라는 장비를 이용하면 마애불을 세울 수 있다’고 한다. ‘백만원력 결집’은 열암곡 마애불상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계곡에 쓰러진 부처님을 결코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것은 한국불교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백만원력 결집’은 육·해·공 3군 본부 계룡대 영외에 법당을 건립하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단언컨대 청년 포교를 향한 첫 걸음이라 평가할 수 있다. 불교병원·요양원을 확충하겠다는 원력도 세웠다. 불자로서 부처님 말씀을 들으며 치료받고, 나아가 마지막 숨을 다하고 싶다는 바람은 이미 20년 전부터 쏟아졌다. 1개의 병원, 1개의 요양원이라도 더 건립해야 한다. 

사부대중의 보시바라밀 실천으로 백만원력 결집이 성공한다면 그건 불자들의 엄청난 자긍심 고양으로 회향할 것이다.

 

[1508호 / 2019년 10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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