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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불자가 나서자

“사람들은 고통 받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모든 환경시스템이 붕괴되고 있어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성장의 신화에 대한 것뿐이네요.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9월23일 유엔기후정상회의에서 한 말이다. 한 해 전 그녀는 금요일이면 수업을 빼먹고, 모국 스웨덴의 국회 밖에서 기후위기로부터 지구를 구해달라는 종이팻말을 들고 외로이 시위했다. 이후 전 세계 제2의 툰베리들과 환경단체들이 호응하며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나도 지난달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참여했다. 5000여명의 군중 속에는 16살 툰베리와 같은 청소년들이 태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동안 ‘잘 살아보세’라며 앞만 보고 달려고 왔지만, 결과는 지구 황폐화에 기후변화까지 초래해 인류의 공멸을 맞이한 것 외에 무엇이 있는가. 아이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지구가 위기에 다다른 것은 우리가 지구를 독점했기 때문이다. 인류는 지구 내 이웃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임에도 탐욕의 칼날을 휘둘러 그들마저 멸종시키고 자신의 멸종마저 앞당기고 있다. 우리는 지구생명체의 대멸종을 바라보는 마지막 인류가 될 지도 모른다. 영화 ‘박쥐’에서 흡혈귀가 된 신부 상현(송강호)이 같은 종이 된 태주(김옥빈)와 함께 멈출 수 없는 욕망을 끝내기 위해 태양 앞에 서서 스스로 소멸해가는 것처럼, 우리 또한 같은 태양 앞에서 같은 운명을 맞이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한다. 하여 정치계와 종교계를 비롯한 모든 곳에서 비상벨을 눌러야 한다. 

세계 195개국은 2015년 파리 신기후변화협약에서 지구 평균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수준 대비 2도 이하로 유지하며, 1.5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행을 위한 각 나라의 온실가스배출 목표는 자발적으로 제출했다. 그런데 각국의 안을 2030년까지 완수한다고 해도 2100년까지는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현 상태로는 1.5도를 지키기 위한 탄소예산(이산화탄소배출 허용량)은 10년 안에 바닥날 것으로 전망한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 또한 이대로는 세기말에 산업혁명 이전보다 4도 정도가 올라간다고 예상한다. 지구의 생물 대부분이 멸종하는 단계다. 진화・발전에 대한 환상과 생산・소비의 무한질주가 지구를 거덜 내고 있다.   

경제학자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불교야말로 가장 자본주의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최소자원에서 최고의 효용가치를 얻는 경제원리야말로 불교의 가르침이자 불교적 삶에 들어맞는 원리라고 한다. 이에 비춰 보자면, 버리는 것 하나 없는 절 살림이야 더할 나위가 없다. 선사들이 바리떼 하나와 의복 한 벌로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극한의 삶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세계를 한 몸으로 보는 수행자는 이미 지구와의 공존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문제의 핵심은 탐진치 삼독심이다. 왜 수행의 마지막 단계가 삼독심 소멸인가. 자기파멸에 이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병맥이 깊어지면 병원에 가는 것처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세계경제의 속도를 제로 스피드로 만들며, 지구개발을 멈추도록 국가 간 이익을 초월한 불교를 비롯한 종교계가 나서 중재해야 한다. 인구걱정 말고 각 나라를 개방하여 인재들이 들락날락하며, 지역경제를 위해 적재적소에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지구를 살리는 살림살이, 지속가능한 경제체제를 만들도록 좋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도록 해야 한다. 

우리 불자들 또한 지구적 차원의 삼독심 제거를 위해 나서야 한다. 지구를 소유하고 맘대로 처분하고자 했던 마음을 반성하며, 인간끼리는 물론 모든 이웃생명에 대한 배타성을 거두어들이고, 진정한 공존・공생・상생의 가치를 외치며,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지구를 구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원영상 원광대 정역원 연구교수 wonyosa@naver.com

 

[1508호 / 2019년 10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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