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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사자·호랑이는 왜 절에서 살까?

  • 불서
  • 입력 2019.10.14 13:31
  • 호수 1508
  • 댓글 0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 노승대 지음 / 불광출판사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인도 힌두교의 시바신은 소를 타고 다녔다. 소가 짝꿍인 셈이다. 그렇게 힌두교 시바신의 짝이 소인 것처럼, 다른 종교와 다른 나라에도 신들과 짝이 되는 동물들이 적지 않다. 신선이 타고 다니는 학이 있고, 산신이나 산신의 사자로 대접받는 호랑이도 있다. 불교도 예외가 아니고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다.

예불문에 ‘지심귀명례 대행 보현보살’로 부르는 보현보살은 중생을 부처님 세계로 인도할 원력을 세우고 그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꾸준히 정진하는 보살이다. 이 보살의 짝이 되는 동물은 코끼리다. 거칠 것 없이 진리를 향하여 모든 장애를 헤치고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물이기에 선택됐다. 그리고 보현보살과 함께 석가모니부처님을 보필하는 문수보살은 지혜를 상징한다. 그래서 동물 중에서 제일 뛰어난 지혜를 갖추었다는 사자가 문수보살과 짝을 이루고 있다.

큰 절의 금강문에 금강역사와 함께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과 사자를 탄 문수보살 한 쌍을 좌우로 배치한 이유다. 하지만 꼭 금강문에만 이런 형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법당 외벽에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과 사자를 탄 문수보살을 그리기도 하고, 벽화를 그리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코끼리와 사자를 나무로 조각해 법당 내부에 설치하기도 한다. 오래된 법당의 내부에 두 보살의 벽화가 없을 경우, 자세히 살피다 보면 숨어 있는 듯한 코끼리와 사자를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숨겨진 보물찾기를 하는 듯하다.

불국사 대웅전에 사는 보현보살의 짝 코끼리 모습.
불국사 대웅전에 사는 보현보살의 짝 코끼리 모습.

이 책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에서는 현판 뒤에 몰래 숨겨진 돼지, 사천왕 밑에 깔린 도깨비, 부도 안에 새겨진 전설의 새 가릉빈가, 절 뒤편 은밀한 전각 안에 있는 삼신할미 등을 만날 수 있다. 한때 출가의 길을 걷기도 했던 저자는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 후, 용·도깨비·삼신할미·악착보살·야차·민화 및 온갖 동물과 식물 등이 어떻게 한국불교에 들어오게 됐는지에 주목했다. 책은 그 천착의 결과물이다.

여기에는 사자나 용·코끼리·가릉빈가처럼 경전에서 유래해 인도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 절까지 흘러들어온 동물과 전설 속 주인공도 있고, 호랑이나 도깨비·삼신할미처럼 우리민족 고유의 신앙이 이 땅에 들어온 불교와 습합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자리 잡은 것도 있다. 유교나 도교의 영향에 의해서 자리 잡은 매란국죽이나 신선들의 모습도 인상적이고, 민화의 바람을 타고 들어온 게나 포도, 그리고 토끼와 거북이 같은 벽화도 남다르다. 돼지처럼 화재를 막아달라는 바람 때문에 절집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동물도 있다.

저자는 사찰에 살게 된 그들의 각기 다른 사연을 풀어주기 위해 때론 경전을 동원하고, 때론 민족 고유의 문화를 등장시킨다. 또한 다른 종교는 물론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까지 온 것도 있기에 역사와 지역에 대한 이야기까지 가득하다.

사찰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의 면면을 밝힌 400여장에 달하는 사진과 함께 전하는 사연들에서 한국불교의 문화와 역사를 다시 살펴보는 것은 물론, 보물찾기의 묘미도 느낄 수 있다. 2만8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08호 / 2019년 10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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