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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벽구년(面壁九年)

노벨과학상과 지방분권

일본인이 노벨과학상 수상자에 포함되면서 일본은 역대 2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가 됐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5위의 업적으로 기초과학 분야의 선두주자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일본의 노벨과학상 수상에는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노벨과학상 수상자 24명 중 18명이 지방대 출신이다. 수도권 대학의 3배나 많은 수치다. 대를 이어 가업을 잇듯이 한 우물을 파는 일본인의 특성이 발현됐다는 주장과 함께 각 지역 중심의 시장경제가 형성되면서 대학도 그런 흐름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의 계속된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은 수도와 지방의 차별 없는 적절한 분배와 분산, 지원의 산물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수도권 중심이다. 이러다보니 지방대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취직도 어렵고, 기업이나 정부의 지원도 빈약하다. 출산율 저하로 학생들은 줄어드는데 그마저 서울로만 몰리다보니 매년 문을 닫는 지방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지방을 대표하는 9개 국립거점대학보다 서울의 9개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더 많다는 사실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수도권 중심의 사회인지 잘 말해주고 있다. 

인도에서 온 달마 스님은 양나라 수도인 금릉을 버리고 ‘숭산’이라는 척박한 변방에서 9년을 면벽하며 선종이라는 새로운 불교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일본의 노벨과학상은 변방의 대학에서 9년을 면벽하듯이 한 우물을 판 연구자들이 성취해 낸 놀라운 결과들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진득이 기다리지도 않을뿐더러 지방대학에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일본이 반도체 핵심부품인 기초소재에 대한 무역보복을 단행한지 100일이 넘었다. 정부가 뒤늦게 기초과학에 대한 전폭적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문제는 방향성이다. 지방대학이 기초과학을 위한 9년 면벽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정책관계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08호 / 2019년 10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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