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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보시와 호용죄

기자명 법장 스님

조금이라도 계율 어겼다면 보시 받으면 안돼

보시의 목적에 대해 율장에선 
호용죄 두어 엄격하게 관리해
불자가 대웅전 용도 지정하면
반드시 대웅전 짓는데만 써야

불교는 부처님이 계시던 시기부터 승가의 운영방침에 탁발이라는 제도를 두었다. 이는 출가수행자들이 온전히 수행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역할도 있지만 승가라는 수행공동체를 응원하고 따르는 재가신도들과의 교류를 위한 역할도 하였다. 즉 승가에서 부처님 법을 바르게 따르며 수행하는 출가자에게 보시를 하며 그들이 부처님과 같이 깨달음을 얻고 보다 많은 중생들을 바른 삶으로 이끌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불교에서는 초기불교 때와 같은 탁발은 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찰을 찾아오시는 신도들이 법당이나 종무소 등에 보시를 올려주면 그것을 사찰의 승려들이 골고루 나누어 사용하거나 사찰을 운영하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과거와 같이 보시를 받아오는 탁발과는 분명히 그 형태가 다르지만 승가를 믿고 지지해주는 신도들의 신심과 보시의 공덕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불교는 승가 내에서 특정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재가신도들의 보시로 운영 유지된다. 그렇기에 승가에서는 그 보시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두고 사용하게 한다. 특히 사찰 내의 여러 불사나 기금 등으로 들어오는 보시는 반드시 그것을 위해 사용해야 하며 승가대학 등의 교육기관에 대한 교육기금도 또한 승려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보시의 목적에 대해 율장에서는 ‘호용죄(互用罪)’라는 항목을 두어 엄격하게 관리한다. 이는 신도들이 보시를 하면서 특정 목적에 의해서, 예를 들어 대웅전 불사에 사용해달라고 하면 반드시 그 보시는 그것에만 사용해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호용죄를 어긴 것이 되어 삼보의 물건을 훔친 것과 같은 죄를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부터 어른스님들이 쌀 한 톨, 기와 한 장도 아끼고 가꾸며 지내셨던 이유가 이러한 보시를 한 신도들의 공덕이 행여 허투루 사용되지 않고 삼보정재(三寶淨財)로써 소중하고 감사한 공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보시에 대해서는 호용죄 뿐만 아니라 ‘범망경’의 제43 고위성금계(故違聖禁戒)에서는, 신도들이 올려준 보시를 출가자가 받고 조금이라도 계를 어기려고 했던 마음이 있었거나 그러한 행동을 했었더라면 가벼운 죄이든 무거운 죄이든 절대로 그 보시를 받으면 안 된다고 한다. 이는 출가자로써 재가자의 보시를 받아 수행의 거름으로 삼아서 그 공덕을 증장시켜야 하건만 그러한 계를 어긴 마음이나 행동이 수행을 방해하기에 그것을 참회하기 전에는 보시를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그렇게 보시를 받게 되면 자신의 수행도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큰 죄를 짓는 것이 되며, 보시를 올린 신도의 신심에도 공덕이 되지 못하기에 이처럼 죄로써 엄격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승가에는 율장과 보살계에서도 보시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룬다. 승가의 수행자들은 예로부터 재가신도들의 후원이 없으면 수행을 할 수 없고 승가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이는 현재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에 보다 바른 수행을 위해 정진하고 그 수행을 다시 대중들에게 회향하여 승가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의 공덕이 되게 해야만 한다. 그리고 승가를 후원하는 신도들도 사찰을 찾아와 그러한 모습을 보고 느끼며 보다 깊은 신심을 내어 보시해주는 것이다. 승가가 출가자만의 수행공동체라고 생각하거나, 출가자가 보다 높은 지위라고 여기거나, 출가를 했기에 사회적 활동을 멀리한다던가 하면 오히려 승가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재가신도들이 승가를 위해 보시하는 것은 자신의 보시가 출가자의 수행에 거름이 되어 그것을 통해 바른 깨달음을 얻고, 그 가르침을 그것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회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성스럽게 올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승가의 보시를 삼보정재라고 하여 보시를 하는 분이나 보시를 받는 분이나 보시를 사용하는 분 모두가 그것이 물질적인 것을 넘어 공덕이 되기를 바라는 청정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08호 / 2019년 10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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