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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 스님, 사찰 소임 살아야하나

  • 데스크칼럼
  • 입력 2019.10.21 10:44
  • 수정 2019.11.04 11:38
  • 호수 1509
  • 댓글 8

사찰 소임자 갈수록 부족
출가자 감소 등이 큰 원인
선방 스님들 소임 맡아야

조계종 총무원 승려복지회가 10월14일 승려복지 본인기본부담금제도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스님들 복지가 정착되지 않고는 출가자로서 본분을 지키기 어렵고 수행과 전법도 활성화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이날 취재를 담당한 기자에 따르면 공청회에 참가한 발표자와 토론자 모두 승가공동체 역할을 비롯해 보다 많은 스님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했다고 한다.

‘승려복지 지원을 위한 소임제도’를 다룬 이천시장애인복지관장 동준 스님도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종단은 승려복지 대상을 결계신고 및 포살참석 대상에 맞추기보다 본말사 소임자로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스님들에게 소임이란 포교를 통해 불교사상을 널리 전파하는 것으로 누구나 의무적으로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효율적인 사찰 조직과 운영을 위해서도 이러한 스님들 소임이 세분화되고 그에 따른 보시금이 주어진다면 스님들의 재정자립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았다.

이날 언급됐듯 사찰 소임은 스님보다 재가 종무원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문화재나 숲 해설사도 대부분 재가불자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스님들이 그 일을 맡는다면 사찰탐방객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지고 포교 효과도 더 크지 않겠냐는 것이다.

스님들이라면 누구든 소임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가 생소한 것은 아니다. 종단차원에서 소임 문제를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들은 여러 차례 있어 왔다. 그럴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분들이 선방 스님이다. 이제는 선방 수좌스님들도 소임을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다.

현재 하안거와 동안거 때 선방에서 정진하는 스님들이 2000여명에 이른다. 이들 스님 중 상당수가 사찰 소임을 맡고 있지 않다. 안거가 3개월씩 진행되다보니 지속성을 갖기 힘들어 고정된 소임을 맡기 어려운 점이 있다. 더구나 선방을 벗어나지 않고 좌복을 벗 삼아 치열하게 정진한 스님들이 안거가 끝난 산철이라야 미뤄놨던 개인 일을 보거나 자유로이 만행을 떠날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도 당연하게 여겨졌던 이 같은 일을 두고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건 급격히 달라진 불교 상황과 관련이 있다. 1980년대 초중반 500명이 넘던 출가자가 점차 줄었다지만 2007년까지 300명대는 유지했다. 하지만 갈수록 출가자가 줄어 2016년 150명대로 떨어졌고, 올해는 140명대에 그쳤다. 그 파장은 크다. 큰 절이라도 당장 울력할 스님이 부족하고 각 전각에서 예불을 드릴 인력조차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한 본사에서는 다음 안거 때부터라도 선방 스님들이 전각에서 예불을 담당할 수 있게 설득하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더라도 현 안거 제도는 선방 스님들이 소임을 맡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한 교구본사 선원장 스님의 제안에 깊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여기에 있다. 그 스님은 전화통화에서 한국불교의 안거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3개월 단위의 안거가 아니라 1년이나 2년으로 정하면 선방 수좌스님들이 정진하면서 일정 시간에 적절한 소임을 맡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사중에서 소임을 맡은 스님에게 적절한 보시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도 덧붙였다.

안거수행은 여름철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인도의 몬순기후로 인해 생겨났다. 한겨울 추위가 매서운 동아시아에서는 다시 동안거수행을 정착시켜갔다. 주변 여건에 따라 새로운 수행문화를 만들어갔음을 의미한다.

편집국장
편집국장

역대 수많은 조사스님들은 선이 일상과 분리될 수 없음을 누누이 역설했다. 앉고 눕고 말하고 침묵하는 일상의 모든 행위들이 선이라 했으며,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노동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선방 스님들이 소임을 맡는 것은 수행정진에 대한 회향이자 사찰이라는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의무일 수 있다. 또한 수행자의 그런 적극성이 승려복지를 정착시키는 동력이며, 한국선이 세계인의 마음을 얻기에 앞서 일반 스님들의 마음을 얻는 길일 것이다.

mitra@beopbo.com

[1509호 / 2019년 10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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