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김연아의 배려 ②
131.  김연아의 배려 ②
  • 김정빈
  • 승인 2019.10.23 10:58
  • 호수 15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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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판정에도 의연했던 그녀는 수행자였다”

누가 봐도 그녀 연기는 금메달 
판정 때문에 2연패 금자탑 놓쳐
그럼에도 결코 의연함 잃지 않아
기자들 “경기 문제 없었나” 묻자
"판정은 심판 몫” 담담히 답해 
그림=육순호
그림=육순호

아사다 마오 선수의 클린에도 불구하고 연아는 전혀 기죽지 않은 당당한 연기 ‘007 제임스 본드’로 78점을 얻었다. 경쟁자 마오 선수보다 5점을 더 얻은 세계 신기록이었다.

그리고 운명의 날, 프리 스케이팅 경기. 프리에서의 경기 순서는 쇼트와 정반대였다. 김연아 선수가 3번, 마오 선수가 4번. 연아가 앞에 나서 ‘조지 거쉰,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를 한순간의 실수도 없이 깨끗하게 연기함으로써 218점이라는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독일 방송 해설자는 그날 연아가 펼친 프리 경기에 대해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은 역사의 위대한 한순간입니다. 감히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나비처럼 사뿐히 아주 잠시 얼음을 스쳐 갔습니다. 완벽한 꿈의 경기였습니다. 어떤 최소한의 흔들림도, 어떤 최소한의 불안정함도 없었죠. 정말 경이로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올림픽에서 우승한 후 김연아 선수는 은퇴를 했다. 그리고 1년 4개월 뒤에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2014년 캐나다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자신을 제하고 두 명의 한국 피겨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그리하여 후배들과 함께 두 번째로 출전한 러시아 소치 올림픽. 연아는 쇼트에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를 연기함으로써 74.92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연기에 비해 매우 박한 점수였다. 2위인 소트니코바에 비해 겨우 0.28점 차. 둘 다 클린 연기를 하기는 했지만 누가 봐도 김연아 선수의 경기가 월등히 우월했는데도 심판들은 연아에게 박한 점수를 주었던 것이다.

다음 날 이어진 프리 경기. 소트니코바가 먼저 연기를 했다. 그녀는 149.95점을 얻었다. 연아의 ‘아디오스 노니노’가 얻은 점수는 144.19점. 역시 연아에게는 박하고 소트니코바에게는 후한 점수. 연아의 완벽했던 클린 연기는 소트니코바에 비해 5점 이상이나 못하다는 판정이 나온 것이다. 결과는 소트니코바 금메달, 김연아 은메달.

연아가 소트니코바보다 더 훌륭하게 연기했다는 의견은 한국인으로서의 편파적인 생각이 아니다. 그것은 연아의 경기를 중계하던 외국 방송사들의 언급을 통해서도 증명된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건 금메달입니다. 완벽합니다.”(영국)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대망의 ‘아디오스 노니노!’ 그녀의 두 번째 금메달! 브라보! 브라보! 브라보!’”(프랑스) “올림픽 챔피언은 넘어지지 않습니다. 위기에 대처하죠. 여왕이 계속해서 군림합니다.”(미국) “틀림없이 올림픽 금메달입니다. 이것이 피겨 스케이팅입니다.”(독일), “전 세계가 내지르는 함성을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여성은 차원이 다릅니다.”(캐나다) “(올림픽을 2회 연속 우승한) 카타리나 비트 선수는 대단한 선수이긴 하지만 김연아 선수에 비해 기술적인 면에서 좀 떨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녀가 올림픽 챔피언입니다.”(이탈리아) “이 정도의 선수가 질 리는 없습니다. 확실해요. 확실합니다. 절대 그럴 순 없죠. 그녀는 완벽했습니다.”(이탈리아) “그녀는 올림픽에서 세 번째로 2연패를 달성한 여성이 될 겁니다.”(미국) 등등.

당시 이탈리아 방송 영상을 보면 판정 결과가 전광판에 숫자로 뜬 다음 김연아 선수는 웃음을 보인다. 그런 다음 화면은 곧바로 우승자가 된 소트니코바 선수가 환호하며 어딘가로 달려가는 장면과 함께 판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남녀 해설자들의 멘트가 쏟아진다.

“이게 뭐죠? 이건 말도 안 돼요.”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요, 말도 안 됩니다. 144.19점? 왜? 왜 우리 스포츠를 망가뜨리려고 하나요? 소트니코바가 이겼습니다. 하지만 이건 강도질이에요. 정말 유감입니다. 말도 안 됩니다. 말도 안 된다고요! 정말. 아니 어떻게 비교할 수나 있나요? 비교의 대상이 안 되잖아요? 비교도 안 된다고요!”(이탈리아)

필자는 수행에 마음을 기울이는 불제자의 한 사람으로서, 눈앞에서 올림픽 2연패라는 금자탑을 놓친 불의한 판정 자체보다는 그런 억울한 판정에 대처하는 김연아 선수의 태도에 주의가 쏠린다.

불과 스물네 살. 수행을 했다면 얼마나 했겠는가. 그러나 그때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그녀보다 수십 년을 더 산 필자를 부끄럽게 할 정도로 의연했다. 그녀는 수행자였다. 수행은 반드시 불교인만 하는 것은 아니며, 나이 든 사람만 하는 것도 아니다.

전광판에 떠오른 숫자를 보며 연아 선수는 웃음을 지었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그 웃음에 담겨 있는 ‘달관성’이다. 그녀의 웃음에는 삶을 달관한 사람으로서의 여유와 아름다움이 담겨 있었다. 진인사대천명의 마음가짐이 그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한 것이다.

캐나다에 커트 브라우닝이라는 전설적인 피겨 선수가 있다. 세계 선수권을 세 번 우승한 그는 김연아 선수가 지은 그때의 웃음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녀가 돌아오면서 자신은 후배들에게 올림픽 티켓을 쥐어 주기 위해서 복귀하노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로 그럴 수 있을까를 의심했었지요. 하지만 저 웃음을 보십시오!” 그렇다. 그 웃음이 모든 걸 말해주었다. 그 웃음은 자신을 위한 영광을 생각하지 않는 자의 웃음, 즉 달관의 웃음이었다.

나보다는 남을 위하는 마음. 김연아 선수에게는 그것이 있었다. 그 마음으로 그녀는 수십 차례에 걸쳐 기부를 했는데, 그녀의 기부액은 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때 경쟁 선수가 잘못된 점프를 하고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자회견 장에서 그것을 염두에 두고 그 선수의 경기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묻자 김연아 선수가 말했다. 

“그 선수는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 점프라고 해서 쉬운 것은 아닙니다.”

회견이 끝나고 엄마가 “좀 지적을 해주지 그랬어?”라고 묻자 연아 선수가 대답했다. 

“그러면 걔가 뭐가 돼?”

소치 올림픽에서 당연히 자신의 것이어야만 하는 금메달을 잃은 데 대해서 기자들이 묻자 연아는 대답했다. 

“판정은 심판의 몫입니다. 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 인간을 상대하지 않고, 법(다르마, 하늘)을 상대하며 사는 마음가짐. 김연아 선수를 보며 나는 요즘 젊은이에 대해 염려하지 않는다. 그들 중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아무리 어두운 시절에도 밝은 빛을 비추는 사람은 있다. 수행하는 사람은 있다. 밝은 젊은이는 있다.

김정빈 소설가 jeongbin22@hanmail.net

 

[1509호 / 2019년 10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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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ㄱㄱ 2019-10-23 11:57:22
(회견이 끝나고 엄마가 “좀 지적을 해주지 그랬어?”라고 묻자 연아 선수가 대답했다.
“그러면 걔가 뭐가 돼?”)->회견에서 얘기 나온거 아니구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아사다마오 관련 질문에 답한후 저렇게 얘기한겁니다. 기사내용 완전 짜집기해서 소설을 쓰셨군요. 그리고 기사마다 연아연아 거리는거 보기 안좋습니다. 연아연아 거릴거면 본인 블로그나 일기장에나 쓰고 혼자보시던가. 엄연히 기사라는 이름으로 올리는글에 어엿한 성인여성한테 연아연아라뇨...김연아선수랑 잘 아시는 사이인가요? 설마 친분있는 아는사이라도 기사에 누가 이름을 저런식으로 언급하나요 수정 부탁드립니다

ㄱㄱㄱ 2019-10-23 11:53:37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네요 좀 확인좀 하고 기사를 쓰시던가. 김연아 선수는 밴쿠버 올림픽 우승이후 은퇴한적이 없습니다. 선수생활 지속 여부 은퇴여부 고민에 대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잠시 선수생활 휴식기를 가졌던거지 은퇴한게 아닌데 왜 은퇴라고 표현하시죠? 휴식기 가지고 대회 출전 하지 않는경우는 피겨라는 스포츠종목에서 아주 흔하디 흔한 경우입니다. 커트브라우닝은 세계선수권 3회우승이 아니라 4회우승이며 김연아 공백시기의 거의 2년가까이 됩니다. 캐나다 세계선수권은 2014년이 아니고 2013년이구요. 커트브라우닝 코멘트도 거의 소설을 쓰셨네요 차라리 자막 그대로 빼겨 쓰면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