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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송찬호의 ‘악어와 악어새’

기자명 신현득

악어 이를 청소해주는 악어새 행동
서로에 이익 베푼 이타행 표현한 시

새는 악어 이빨속 찌꺼기 청소
악어는 새에 먹이 제공해 공존
서로를 도우면서 사는 이타행
악어 입 피아노 뚜껑 비유 일품

부처님은 남을 고맙게 하라고 가르치셨다. 이를 이타행(利他行)이라 한다. 남을 도와주는 일, 남을 기쁘게 하는 일이 모두 이타행이다. 다시 말하면 남에게 공덕과 이익을 베풀어주는 일이다.  

내 주변을 둘러보자. 누가 나를 고맙게 하고 있는가? 크게는 부모님, 선생님이시다. 친척과 이웃이 있다. 나라가 있다. 나를 고맙게 하는 이들이다. 농부가 농사를 짓지 않고, 목공이 집을 짓지 않고, 미화원이 청소를 하지 않고, 공장에서 직공이 물건을 만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농부가 농사를 지어주기에 끼니를 이어가고, 목공이 집을 지어주기에 집을 지닐 수 있다. 미화원이 새벽길을 쓸어주기에 깨끗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고, 직공이 일해주기에 좋은 물건을 쓸 수 있다.

남의 이타행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자기 직장에서 부지런히 자기 일을 해서 남을 돕고 있다. 부처님 가르침이 우리 사회에서 잘 실천되고 있는 것이다. 남을 돕는 것은 곧 나의 이익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하여 세상은 화합이 되고 있다. 남을 돕는 것이 나를 돕는 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동물의 세계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악어와 악어새의 서로 돕기를 내용에 담은 동시 한 편을 맛보기로 하자.   

악어와 악어새 / 송찬호

악어가 입을 딱 벌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악어새가 날아와
톡톡톡톡톡
쫑쫑쫑쫑쫑

악어 이빨 사이 고기 찌꺼기를 파먹고 
악어 입 속을 
말끔하게 청소해 놓았다. 

악어새가 날아가자
악어가 입을 닫았다. 
연주가 끝나고
피아노 뚜껑이 
탁, 하고 닫히는 것 같았다. 
송찬호 동시집 ‘여우와 포도’(2019) 

악어는 도마뱀을 닮은 동물이다. 그러나 몸집이 대단히 커서 6미터 길이가 되는 것이 있다고 한다. 악어가 사는 곳은 큰 강이나 호수다. 주로 물 속에 살며 네 다리를 몸에 붙이고 꼬리를 움직여서 헤엄친다. 성질이 포악해 물을 마시러 오는 말이나 사슴 같은 동물을 잡아먹고 산다. 악어가 먹이사냥에서 쓰는 무기는 억센 이빨과 튼튼한 꼬리다. 이빨로는 물고, 꼬리로는 먹이를 때려눕힌다.     

이처럼 사나운 동물이지만 한 종류 악어새와는 친하다. 악어새가 악어에게 이타행을 행하기 때문이다. 시의 내용을 보자. 악어가 입을 딱 벌리고 있으면 악어새가 날아와, 악어 이빨 사이에 끼여 있는 고기 찌꺼기를 뜯어먹는다. 악어의 이를 말끔히 청소해주는 악어새의 이타행이다.

“톡톡톡톡톡, 쫑쫑쫑쫑쫑”, 악어새가 악어 이빨을 쪼는 소리가 영롱하다. 포악한 악어가 악어새를 해치지 않고, 악어새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악어의 이타행이다. 새와 악어는 이타행으로 어우러져서 아주 친해졌다. 이 고마운 청소부에게는 ‘악어새’라는 이름까지 생겼다. 악어새가 배를 불리고 날아가자, 악어는 입을 닫는다. 시인은 이 광경을 연주가 끝난 피아노에 뚜껑이 탁, 닫히는 것 같다고 했다. 악어 입과 피아노 뚜껑을 알맞게 견준 표현법이 좋다.  

시의 작자 송찬호(宋燦鎬) 시인은 충북 보은 출신으로 ‘우리 시대의 문학’으로 등단(1987), 김수영문학상(2000), 미당문학상(2008) 등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동시집으로 ‘저녁별’ ‘초록토끼를 만났다’등이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09호 / 2019년 10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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