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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수행 김다현(62, 청정행)-하

기자명 법보

‘법화경’ 독송하며 경전 공부
따라만 읽다 내용도 와 닿아
톱니바퀴처럼 부족한 점 채워
평상심으로 돌아오는 힘 커져

62, 청정행

여래사불교대학에서 ‘법화경’ 독송기도는 매주 화요일 오전 사시예불에 이어 진행됐다. 부처님 전에 사시마지를 올리고 예불을 마치면, 동참 대중이 함께 ‘우리말 법화경’을 독송했다. 독송이 끝나면 축원이 이어졌다. 독송할 때에는 경전 길이를 미리 정해두기 보다는 대략 1시간30분 정도 우리말로 풀이된 ‘법화경’을 소리 내어 읽어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렇게 ‘법화경’ 전체를 다 읽는 데에는 대략 14~15회 정도 기간이 소요됐다. 매주 한 차례씩 100일에 한 권을 회향하는 셈이었다. 

매주 화요일에는 ‘법화경’을 독송했고 목요일에는 불교대학 경전반 수업에 동참했다. 공부와 수행은 톱니바퀴처럼 서로 부족한 부분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채워주었다. 법우들도 모두 좋은 분들이고 가족과 같은 분위기여서 경전을 읽을 때에도, 불교공부를 할 때에도 늘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공부가 거듭될수록 그저 따라 읽기만 하던 경전의 내용도 제법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경전을 독송할 때면 그 편안함과 청량함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언젠가부터, 불전에 삼배를 올릴 때에는 ‘감사합니다’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무엇인가 빌고, 바라는 생각보다 감사함이 먼저 떠오르니 이 또한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렇게 꾸준히 부처님 전에 예경을 올리고 ‘법화경’을 독송하면서 유독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사실 2년 전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 시댁 형제들 사이가 좋지 않았다. 형제간에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로 인해 불쑥불쑥 답답함이 일어나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법화경’을 읽을 때에는 다른 일체의 생각을 내려놓고 꾸준히 독송에 집중했다.

그렇게 형제간에 단절된 날들을 얼마간 보내었을까. 어느 날 문득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어머니 뜻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더욱이 가족이라는 절실함이 사무쳤다. 일일이 형제들께 연락을 해서 가족모임을 가졌다. 그래도 오지 않으신 분께는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무엇보다 나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나 자신이 먼저 단절된 생각을 내려놓으니 남편은 물론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더 많은 모습이 모였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대화를 거듭하면서 남편 역시 가족의 화합이 으뜸이라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면에서부터 갈등과 혼란이 아닌, 받아들임과 이해를 시작하니 그렇게 편안했다. 그 느낌은 마치 ‘법화경’을 독송할 때 편안함, 청량함과 닮아 있었다. 이렇게 조금씩 형제들이 가까워지고 때가 되면 다시 시어머니께서 살아계실 때처럼 화합하며 지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집에서 시간 여유가 있을 때에는 불교 매체를 자주 접한다. ‘천수경’을 듣고 스님들의 강의를 보고 교계 신문을 펼치면서 불교를 알게 된 인연에 감사함을 거듭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누군가 어떤 가피를 받았느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다. 미사여구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내게 불교는 어떤 큰 변화와 인생의 대전환을 가져다 준 행운권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불안하고 힘든 상황도 묵묵히 받아들이게 되었고 갈등에서 빨리 벗어나 평상심으로 돌아오는 힘도 커진 것은 확실하다. 지나치게 기쁜 일도, 억울하게 슬플 일도 없지만 지금의 하루하루는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 

조금 더 용기를 내어 표현하자면, 이제는 어리석은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고, 그 마음을 내려놓을 줄도 알게 되었다. 부처님을 만나 왜 공부해야 하는지, 정법과 사법이 어떻게 다른 지도 알게 되었다. 

여전히 아쉬운 사실은 공부하는 것만큼 실천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부의 길은 끝이 없고 결코 쉽지 않다. 이만큼 어려운 공부가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래도 불교 공부는 해야 한다고 밝히고 싶다. 불교 공부와 경전 독송을 통해 만나는 지혜의 길, 이 길을 꾸준히 걸어가고 싶다. 

 

[1510호 / 2019년 10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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