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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유진위의 ‘선리기연’

손오공, 불교 귀의해 제천대성으로 거듭나다

단편적으로 전해지던 서유기
1592년 장편소설로  집대성
주성치 주연의 영화 ‘서유기’
화염산·우마왕 이야기 배경
지존보·자하의 사랑이 중심

‘서유기’는 단편적으로 전해진 이야기를 1592년 즈음 오승은에 의해 100회의 장편소설로 집대성된 작품이다.  ‘서유기’의 판본은 다양하지만 담긴 이야기는 거의 비슷하다. 주된 이야기 줄기는 당나라 현장 스님이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서역 천축으로 불경을 구하러 가는 이야기다. ‘서유기’는 다양한 형태의 문화콘텐츠로 재구성되고 창조되어 많은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만화영화와  극영화에서 다양한 ‘서유기’가 만들어져왔다. 중국 불교영화는 소림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서유기를 원전으로 한 영화로 양분될 만큼 비중이 크다. 주성치가 손오공으로 출연한 ‘월광보합’과  ‘선리기연’은 연작이다. ‘월광보합’의 지존보(주성치 분)가 자신의 연인 백정정을 만나기 위해 500년의 시간을 통과한다.  ‘선리기연’은 지존보가 자하선사(주인 분)를 만나 발가락에 세 개의 점을 부여받고 손오공으로 환생하는 것과 그가 속세의 욕망에서 벗어나서 불교에 귀의하여 제천대성으로 거듭난 이야기다. 이는 ‘월광보합’에서 관세음보살 예언의 실현이며 손오공이 서역에 불경을 구하러 가는 일에 대한 책무를 자각하는 과정이다.

 ‘선리기연’은 원작의 화염산과 우마왕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영화는 지존보와 자하의 사랑과 손오공의 불교에 귀의에 방점을 둔다.  ‘서유기’에서 우마왕 에피소드는 화염산의 불을 제압하기 위해 파초선(芭蕉扇)을 구하는 극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져있다. ‘서유기’에서 우마왕의 부인은 나찰녀이며 우마왕은 옥면공주와 살고 있다. ‘선리기연’에서는 지존보와 우마왕의 대결구도를 만들기 위해 반사대선 자하를 우마왕의 두 번째 부인으로 맞이하는 상황을 만들어 지존보가 제천대성이 되어 나타나 우마왕과 대결하는 상황으로 비틀었다. 

지존보는 백정정을 찾아서 500년의 세월을 통과해 왔으며 자하선사는 자신의 자청보검을 칼집에서 뽑는 자를 배필로 삼기위해 여행한다. 지존보가 자청보검을 뽑아 인연임을 알게 된다. 지존보는 백정정을 찾기 위해 자하와 감정적 거리를 두지만 재회한 백정정보다 자하에 대한 마음이 더 깊어짐을 깨닫는다. 늘 인연은 서로 어긋남으로 이별의 고통을 감내해야하듯이 지존보는 동굴 안에서 속세의 모든 인연과 욕망을 끊고 불교에 귀의하여 세상의 갈등을 화해시키기로 결심한다. 그는 자하와 인연까지 끊기로 작심한다. 자하와 인연의 단절은 불교에 귀의를 통해 세속적 애욕에서 벗어남의 문제를 암시한다. 지존보의 자하에 대한 마음은 두 번 반복된 대사로 전해진다. 이 대사는 ‘선리기연’의 명대사로 수많은 관객들에게 회자되었다.  “진정한 사랑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난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그것을 잃었을 때 후회했소. 인간사 가장 큰 고통은 후회라오. 하늘이 다시 한 번 나에게 기회를 준다면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만약 사랑의 기한을 전한다면 만년으로 하겠소.”

이 대사는  ‘선리기연’에서 두 번 등장하며 장면의 맥락에 따라 기의(機宜)가 달라진다. 처음의 대사는 지존보의 진심이 아닌 꾸밈에 불과했다. 지존보는 자하의 칼이 자신의 목을 위협하자 스스로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연극을 하였다. 이 장면에서 대사는 자하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술수였다. 지존보의 대사는 곧장 효험을 발휘하여 자하는 손에서 자청보검을 떨어뜨리면서 감동한다. 
 

주성치 주연의 영화 ‘선리기연’은 소설 ‘서유기’를 모태로 한 영화다. 사진들은 ‘선리기연’ 사진 캡쳐. 

처음 대사는 거짓이었지만 다음의 대사는 지존보의 자하에 대한 사랑을 전달한다. 두 번째 대사는 지존보가 동굴 안에서 불교에 귀의하기로 결심한 다음 등장한다. 사람들이 불교에 귀의한 것은 사소한 이유로 500년 동안 증오하고 갈등하는 것을 해결할 길을 찾기 위해서다. 불경은 속세의 갈등을 화해시켜줄 수 있는 처방전이며 지존보의 책무는 당삼장 법사가 서역에 불경을 구하러 가는 일에 수행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인간 지존보는 금강권을 머리에 쓰는 의식을 통해 손오공인 제천대성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가 금강권을 쓰기 전에 속세의 인연과 욕망을 끊어야하므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남긴다. 이 순간 이 대사로 지존보는 자하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관객은 자하 대신 지존보의 마음을 알게 된다. 제천대성이 죽어가는 자하의 손을 놓는 순간 머리의 금강권이 쪼여든다. 지존보의 자아에 대한 진실한 사랑이라는 속세의 욕망이 금강권의 고통으로 드러난다. 그의 마음은 마지막 장면에서 500년 이후 환생한 자하에게 전해진다. 환상한 자하는 석양의 검객과 삼일 동안 대치하고 있다. 석양의 검객은 아내가 있는 몸이므로 명예를 위해 여성(자하가 환생한 여인)에게 입맞춤을 거부하고 있으며 여성은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 입맞춤을 요구한다. 제천대성은 검객으로 변신하여 입맞춤을 하면서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500년 전 회상장면에서 자하는 지존보에게 입맞춤을 원했지만 거부당했다. 500년이 지난 지금 지존보는 그녀의 소원을 풀어주고있다. 모든 인연과 과보는 전생의 업과 관련된다는 불교의 세계가 회상장면을 통해 제시된다. 지존보는 500년 전 정정과 인연을 맺지 못하였고, 현생에서 자하를 사랑했지만 불교에 귀의하여 부부의 인연을 맺지 못한다. 1000년 동안 처음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마음을 전하고 불경을 구하는 여행길에 오른다. 삶은 길을 따라가는 여행이다. 그 여정에서 수많은 시간의 결들이 인연의 무늬를 만들어낸다.  

문학산 영화평론가·부산대 교수

 

[1510호 / 2019년 10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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