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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수행, 긴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다

  • 문화
  • 입력 2019.10.31 19:16
  • 호수 1511
  • 댓글 0

올미아트스페이스, 법관 스님 展
11월20일까지 ‘禪’ 주제 20여점

서울 조계사 옆 미술관 올미아트스페이스가 기존의 모든 형태를 거부하고 오로지 선을 긋고 점을 찍는 필획의 반복적 행위로 정신수행의 길을 전하는 법관 스님 초대전을 갖는다. 11월2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禪2019’으로 신작과 기존 작품을 포함해 20여점을 선보인다.

법관 스님은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대상을 단순한 도형으로 상징화하는 작업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처음에는 산과 물, 풀, 바위와 같은 사물들을 단순화해 마치 탱화를 연상시키는 화려하고 장엄한 색채로 형상화했다. 그러다 대상을 분절하고 파편화하는 방향으로 점차 나아갔고, 수년에 걸친 해체의 시기를 거쳐 마침내 지금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그저 선 하나를 그을 뿐이다. 하지만 선은 면이 되고 다시 점을 낳는다. 똑같은 형태의 면이나 점이 하나도 없는 이유다. 가로와 세로로 겹쳐진 무수한 선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화면 위에 공존한다. 앞서 그려진 선들은 바닥으로 가라앉고 그 위에 다시 새로운 선들이 자리를 잡는다. 이 선들의 공존은 융화의 세계를 이루며, 세계는 다시 반복되기를 그치지 않는다.

‘禪’, 162×112cm, 캔버스에 아크릴, 2019년.

“촘촘히 엮어진 그물망 같은 선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그려져 변화를 이끌어 낸다. 수많은 점들은 찍었을 때 확장하려는 힘과 막으려는 선들의 충돌에서 생기는 작은 에너지들을 만들어 시선을 좀 더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도록 하면서 공간 확장을 통해 무수한 여백을 만들기도 한다. 밤하늘의 별빛과 먼 도시의 불빛을 연상케 하는 정형화되지 않은 화면은 담담하면서도 무한한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선(禪) 수행으로부터 오는 긴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기도 한다.”

법관 스님의 그림은 궁극적으로 마음의 그림이라 할 수 있다.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문제는 그의 작업에 중심을 이룬다. 작품을 바라보는 거리와 각도에 따라 변하는 색감과 구성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법관 스님의 작품을 만나는 즐거움이다. 그림을 감상할 때 가까이서 한 번, 조금 떨어져서 다시 한 번 본다면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11호 / 2019년 1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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