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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까지 거부하는 불광사 신도들

  • 기자칼럼
  • 입력 2019.11.01 20:31
  • 수정 2019.11.01 22:34
  • 호수 1511
  • 댓글 33
10월 마지막주 불광사 일요법회 동영상 갈무리.
10월 마지막주 불광사 일요법회 동영상 갈무리.

광덕 스님의 원력으로 1974년 창립돼 신행활동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불광법회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내분에 법회 기능마저 상실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한국불교 도심포교의 새 지평을 열며 모범적인 신행공동체라는 평가를 받았던 불광법회가 심각한 갈등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 10월 마지막 주 일요법회를 촬영한 동영상은 보는 이들에게 깊은 탄식과 충격을 던져주었다. 불과 1년 전까지도 매주 일요일이면 1000여명이 넘는 신도들로 발 디딜 틈 없던 법당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여기저기 빈자리가 유독 많았을 뿐만 아니라 일부 신도들의 분노에 찬 고성들만이 법당에 가득했다. ‘불광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법사스님의 여법한 법문에 미소 짓던 신도들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법회에서는 신도 일부가 법사스님의 설법을 거부하는 낯 뜨거운 장면이 연출됐다. 청법가가 끝나고 법상에 오른 스님이 설법하려던 순간, 기다렸다는 듯 한쪽에서 갑자기 ‘마하반야바라밀’이 염송됐다. 본인들이 원치 않는 법사스님의 설법은 거부하겠다는 게 이들의 입장인 듯했다. 한 신도는 상기된 표정으로 목탁을 거세게 두드렸다. 진리를 깨우치는 소리인 목탁 소리가 폭력적 시위 소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들이 설법을 방해하자 일부 신도들이 ‘법문을 듣고 싶다’는 피켓을 들었다. ‘법문 없는 법회는 법회가 아니다’ ‘법문 듣기는 불자의 당당한 권리’라고 맞선 것이다.

하지만 곧 법문을 거부하는 측 신도가 달려들어 피켓을 내팽개치며 입에 담기도 힘든 고성을 질러댔다. 부처님을 모신 곳에서 몸싸움까지 일으켰다. 몇몇 신도들의 공격적인 태도에 하나 둘 짐을 싸 법당을 빠져나가는 이들도 있었다. 법당은 아수라장이 됐고 사태가 진정되길 바라며 10여분을 기다렸던 법사스님은 끝내 설법을 못하고 법상에서 내려왔다. 가사를 수하고 법문을 기다리던 10여명의 대중스님들도 참담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국 경찰이 법당으로까지 출동한 후에야 이날의 ‘일요법회’는 마무리됐다.

임은호 기자

불교에서 법문은 무명을 깨고 지혜를 얻도록 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특히 광덕 스님은 법문을 통해 모든 이들이 본래부터 부처님 생명으로 살고 있다는 자각과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 이곳이 바라밀국토임을 일깨워나갔다. 또 맹목적인 신심이 아니라 체계적인 교리이해와 실천에서 나오는 해맑은 신심, 신심을 바탕으로 불자들이 중생구제라는 보현행원으로 이어질 때 한국불교가 바로 설 수 있음을 끊임없이 법문했다.

그렇기에 여법함과 화합을 등진 채 법상에 오른 스님을 부정하고 법문을 방해하는 행동은 어떤 경우라도 이해받기 어렵다. 법사스님의 법문마저 거부하는 일부 신도들은 어둠을 밝히는 등불마저 스스로 차버린 채 무명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1511호 / 2019년 1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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