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와 세상에 속지 않도록 이끄는 ‘킬링법문’

  • 불서
  • 입력 2019.11.04 13:39
  • 호수 1511
  • 댓글 1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 / 원제 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

“지금 나의 생각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는 마십시오. ‘나’라는 존재, 생각 자체를 의심해 보아야만 합니다. 제대로 의심하게 된다면 열린 만큼 경험하게 되어있고, 깨어난 만큼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기의 생각이 맞다는 주관적 확신을 갖는다. 그래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불신하고, 때론 그것이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의 생각이 당연히 맞는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다. 

그래서 선방 수좌 원제 스님은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금 내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눈앞의 그것, 지금까지 믿고 의지해 온 모든 것을 몽땅 의심하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에게 속는 것보다, 자신에게 더 잘 속기 때문이다. 스님이 아픔을 위로하고 에둘러 조언하기보다 무사의 정공법처럼 직설적으로 설명하는 이유다.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는 수도암에서 정진 중인 원제 스님이 2011년부터 틈틈이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렸던 수행기 중에 당연하게 여기는 대신 의심하고 물어 자신과 세상에 속지 않고 두려움 없이 사는 법을 풀어놓은 이야기들을 엮었다.

저자는 “사람과 인생을 모조리 알게 된다”고 말하는 3수 끝에 서강대에 입학해 종교학을 공부했지만, 세간의 그런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는 진실을 마주하게 됐다. 세상이 가짜 같아서 삶에 대한 의문이 많아졌고, 사람과 인생 모두가 혼란스러웠다. 그 혼란과 방황의 끝에서 진리를 찾기 위해 2006년 해인사로 출가해 도림법전 스님의 제자가 됐다. 경전과 어록 공부, 참선, 묵언 수행, 이어 2년 동안의 세계일주 만행 등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많은 좌절과 갈등을 겪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바깥이 아닌 자신을 향한 수많은 질문과 대답을 거치며 온몸으로 불교적 진리를 체득했다. 그 진리의 끝은 바로 ‘나’에 머물지 않고 ‘전체’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도림법전 스님의 제자 원제 스님이 수행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나와 세상에 속지 않고 진짜 나를 보고,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풀어 책으로 엮었다.
도림법전 스님의 제자 원제 스님이 수행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나와 세상에 속지 않고 진짜 나를 보고,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풀어 책으로 엮었다.

“‘나’는 삶이라는 드라마를 무언가 그럴듯한 의미로 채우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채워진 것은 다른 형태로 변하거나 또 다른 좋은 것들로 채우려고 합니다. 이런 욕망의 악순환을 멈출 때 삶은 온전하게 펼쳐집니다.”
“등잔불을 끄면 본래 있던 달빛이 환하게 드러납니다. 등잔불처럼 내가 믿고 따르며 소중히 여기는 어떤 가치와 믿음은 무엇인가. 그것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전체로서의 삶이 드러납니다.”
“‘과거의 상처 때문에 지금 내 모습이 이래….’ 과거의 고통과 상처를 이용해 현재를 피하지 마십시오. 고통과 상처를 보내는 연습을 하십시오. 힘들지만 천천히 잘 보내는 연습을 하면 어느 순간 본래 있던 자유가 곧장 눈앞으로 찾아들 것입니다.”

자신의 과거 상처를 보호막으로 삼지 말라는 것처럼 저자가 하는 말이나 글은 때로 힐링 법문이 아니라 ‘킬링(killing) 법문’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저자는 “선은 의심의 수행입니다. 눈앞의 감각 대상과 경험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하는 것이며, 거리를 두는 것이고 속지 않는 것입니다”라며 킬링 법문을 하게 된 이유가 선의 공부 방식에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킬링은 내가 아는 것, 알고 있다고 믿는 것, 지금 애지중지하며 붙잡고 있는 것을 없애는 것이다. 그것이 완전히 멈춰지고 사라질 때 등불을 껐을 때 달빛이 환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비로소 진짜 나, 진짜 가야할 길이 보인다는 설명이다.

수행에서 겪은 갈등과 성찰, 그리고 앎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매일 매일 회피하거나 에둘러 가지 않고 정면승부를 해오고 있다는 저자가 펼쳐 놓은 “나와 세상에 속지 않고 두려움 없이 사는 법”에서, 나에게 닥치는 상황마다 그때그때 ‘잘 보고’ ‘잘 판단하고’ ‘잘 대응하는’ 용기와 지혜를 만날 수 있다. 1만6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11호 / 2019년 1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