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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달하 스님 기해년 동안거 결제법어

기자명 법보
  • 교계
  • 입력 2019.11.07 18:55
  • 수정 2019.11.07 18:56
  • 호수 1512
  • 댓글 1

보고 듣는 이 한 물건이여. 백억대중이 둘이 아니로다. 자타가 일시에 성불이로다. 안거를 시작하면서 혜공스님께서는 주장자를 높이 들어보이면서 이 주장자 일으키는 도리는 팔만대장경을 다 들어서 주석을 단다 해도 만분의 일도 해석을 못 한다고 하셨다.

사사전로안전사 경시현로비안전 약지현로비현로 총시무비안전개(事事全露眼前事 更視顯露非眼前 若知顯露非顯露 總是無非眼前開). 일마다 드러난 눈앞의 일이여 다시보니 이것이 눈앞이 아니네, 만일 이것이 이것이 아닌 줄 알면 눈앞에 열린 모든 것은 이것 아닌 것이 없도다.

세상은 온통 요동치는 파란만장이다. 그러나 바다가 온갖 몸부림을 쳐도 파도는 물이다. 집채같은 파도가 삼킬 듯이 포효하고, 휘감아 말아엎어 밀어쳐도 물은 일이 없다. 필경 파도는 물로 돌아오는 요동이요, 제자리 찾는 몸부림이다.

세상은 본심의 바다요, 양심의 언덕이다. 본심은 세상이 다 보이는 높은 곳이요, 아무도 보지 못하는 낮은 곳이요, 원래 일이 없어 벗어난 곳이다. 본심과 양심에는 큰 휴식이 있다. 기어코 성공하는 만만한 여유가 있다. 그리고 실수가 없다. 본심을 이탈하고 양심을 벗어나면 결국 지구 밖으로 쫒겨난다.

나를 낮추면 작은 휴식이요, 나를 빼면 최고봉이다. 이 자체 이 뭐꼬로 숨어버리면 생명의 젖줄이 세상을 살린다. ‘이’ 하는 이 한마디 공안의심이 땅이 실을 수 없고 하늘이 덮을 수 없는 공덕이 된다.

보이는 모두가 들리는 모두가 법계성이다. 목탁소리를 들어라. 순식간에 쉬어진다. 앞도 끊어졌고 뒤도 끊어졌다. 목탁소리가 반야요, 목탁소리가 바라밀이요, 목탁소리가 마하반야바라밀이다. ‘화엄경’에 법계성을 응관하라고 했다. 색과 소리 응하는 놈을 응관하라. 응하는 이 자리에는 색이 없다. 수상행식이 없다. 색성향미촉법이 없다. 안계, 의식계가 없다. 내지 노사가 없다. 무명이 없다. 없다고 할 때마다 출렁출렁 본체가 여실해진다.

진실불허 오매일여가 한 코에 한 덩어리가 되어있다. 소리와 모양 앞에 둥글둥글 텅 빈 이 달덩이를 둥실둥실 굴려주는 경전이 반야심경이다. 부처님이 아침저녁으로 춤추듯이 불러주는 노래가 반야심경이다.

놓지 않고 꾸준히 애쓰다보면 전생에 닦은 것이 나온다. 이런 갖춰진 곳에서 걱정없이 바로 공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힘은 필시 전생에 설산고행을 거친 수준이 아닐까?

선방안거는 대중을 부처님으로 시봉할 각오가 없으면 입방 자격이 없다. 옆 사람이 부처님이라는 터득은 입방자격증이다. 자신한테 걸려 아직도 이리저리 부딪히면 하판 중에 하판이다. 대중시봉이 본체요, 핵심이다. 대복을 짓는 일이다. 대중시봉하는 자리에 폭 빠져 폐침망찬으로 겨울안거를 살아도 눈 뜨면 봄이다. 다리 뻗고 울 일이다.

해골 속 눈동자여, 한량없는 불조가 항상 눈앞에 나타나네. 산천초목이 화엄이요 법화로다. 행주좌와 어묵동정이 이것이요, 중생도 없고 부처도 없는 것이 이것이로다.

경허스님의 법문이다. 부처님의 숨소리 속에, 경허스님의 죽비경책 속에 삼동안거 양식이 철철 넘친다.

고불미생전 응연일상원 석가유미회 가섭기능전(古佛未生前 凝然一相圓 釋迦猶未會 迦葉豈能傳). 고불이요, 미생전이요 응연일상원이다. 석가도 알지 못하는데 가섭이 어떻게 전한다하느냐.

[1512호 / 2019년 1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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