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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 시대 불교활로 정초할 설문 의미 있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19.11.12 11:13
  • 호수 1512
  • 댓글 0

조계종 백년대계본부가 종단과 한국불교의 중장기적 미래설계를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24개교구에서 법랍 10년 이상 9455명의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설문조사다. 법랍 10년 이상이라면 3급 승가고시 합격자로서 주지소임 자격 요건을 갖춘 스님이다. 전법과 수행 현장에서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풀어온 스님들에게 듣는 여론이고,  조사결과를 토대로 중장기 과제와 전략을 수립할 예정인 만큼 이번 조사에 실린 무게감은 실로 지대하다. 

그러고 보면 자연스럽게 설문 조항에 눈길이 쏠린다. 설문은 총 100여개 문항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큰 틀에서 보면 ‘시대변화에 따른 사찰의 역할’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출가자 감소 문제’ ‘종단의 미래지향적 종책’ ‘시대에 맞는 신행과 계율 그리고 청규와 수행’ 등이다. 네 주제를 관통하는 건 ‘시대와 변화’이다. ‘21세기 교학과 수행 체계의 변화’ ‘미래사찰의 디자인과 구조’와 같은 항목이 있는 것을 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불교역할도 함께 고민한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물리·디지털·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의 시대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는 시공간을 초월한 상호소통이다. 사물 인터넷(IOT), 클라우드 등의 정보통신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각 객체간의 연결성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면, 이를 기반으로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정보·지식·기술들을 공유할 있게 된다고 한다. 또한 인간의 두뇌를 대체할 정도의 인공지능이 대량생산됨과 동시에 의학로봇과 생명공학이 접목되면 일상에서 혼자 내려야 했던 합리적인 판단·예측을 인공지능에게 의존할 수 있고, 아울러 인간의 수명을 연장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삶 전 영역에 큰 변화를 가져올 건 자명한데 권력 또한 이동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미래 보고서 2018’이 진단했듯이 “농경시대에는 종교가, 산업화 시대에는 국가가, 정보화 시대에는 기업이,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에는 개인이” 권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종교의 힘 내지 영향력이 지금보다 현저히 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종교는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종교의 영향·파급력은 약해져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낳는 문제점으로 인해 필요성은 더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부작용 중 하나로 꼽히는 게 대량실업 발생에 따른 빈부격차다. 미국 아마존에서 로봇, 드론,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며 30만명이 실직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들려온 게 불과 2년 전인데, 인간이 주도하고 있는 직업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는 보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기술 발달에 따른 ‘실직 공포’가 벌써부터 엄습해 오고 있다. 또한 인터넷상에서는 의견을 나누고 서로 협력하며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지만, 인터넷 밖에서의 직접적인 개인 의사소통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빈부격차와 의사소통 약화 문제만 들여다보아도 소외·박탈감이 지금보다 더 팽배질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다. 좌절, 불안 등이 증폭될수록 종교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는 종교역사를 들여다보면, 마음 다스리는 다양한 수행법을 호지하고 있는 불교는 이웃 종교보다 생존·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 더욱이 25000년 동안 축적되고 다듬어져 온 불교 사상과 문화에 대중은 더 많은 관심을 보일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비관론과 낙관론 중 하나를 택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해도 분명한 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불교를 현 시점에서 정초하지 않으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불교인구 감소는 그 전조일 수도 있다.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종교인구 조사 결과 불교는 개신교에 밀려 처음으로 2위를 기록했다. 추락한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간단하다. ‘신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사회적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교계 전문가들의 진단을 종합해 보면 ‘불교 본연의 역할, 공공성 회복, 사부대중 공동체 재건’이 활로였다. 이 진단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현 시점에서도 유효하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가 계획하고 있는 설문조사도 이러한 근본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본다. 교계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님들의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한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1512호 / 2019년 1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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