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민 와스나(33)씨는 지난달 말, 옷에 묻은 핏자국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임신 21주째 되던 날이었다.
서둘러 찾아간 산부인과에서 자궁경부무력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자궁경부는 분만 시 아기가 나오는 산도 중 하나로 임신 중에는 딱딱하게 유지되면서 닫혀있어야 태아는 물론 태아를 둘러싸는 양수와 양막도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자궁경부가 강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풀어져 버리면 태아 및 양수의 무게 때문에 자궁경부가 열려 임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유산 또는 조산을 하게 된다.
당장 대형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주치의의 말에 와스나씨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아이가 어디 있겠냐마는 결혼 후 6년 만에 찾아온 생명은 와스나씨와 그의 남편 잔다나(34)씨에게 큰 축복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혈혈단신으로 타지에 있는 이들 부부에게 새 생명은 가장 큰 희망이었다.
현재 부부가 거주하고 있는 포천 인근에서는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없었다. 서둘러 서울로 넘어와 한 대학병원에 갔지만 병원비 때문에 시술은커녕 입원조차 부담스러워 인근 병원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당장 자궁경부 주위를 묶는 자궁경부봉축술을 해야 할 상황이지만 검진 결과 자궁 속 염증으로 바로 시술을 받을 수 없었다. 와스나씨는 가슴을 졸인 채 며칠째 침대에 누워 염증 수치가 낮춰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 종일 홀로 천장만 바라보며 병원 침대에 누워있다 보면 막막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숨이 턱턱 막히며 왈칵 울음이 쏟아 나오려고 할 때가 많지만 뱃속의 아기를 생각하며 참고 또 참는다.
늦은 저녁 막노동을 마치고 병원에 온 남편 잔다나씨는 지친 가운데서도 와스나씨를 살뜰히 챙긴다. 낮 동안 홀로 누워만 있어야 하는 와스나씨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먹고 싶은 것은 없는지 다음날에도 혼자 하루를 보내야 하는 부인을 위한 준비를 마친 후에야 잠자리에 든다.
부부는 잔다나씨가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해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잔다나씨는 2013년 와스나씨와 혼인한 후 한달 반만에 홀로 한국에 왔다. 고등학교 졸업 후 페인트 회사에서 일했지만 그 봉급으로는 연로한 부모를 봉양하기는커녕 가정조차 꾸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와 LED 조명을 만드는 공장에서 4년 넘게 근무했다. 한국 생활에 적응되고 돈도 좀 모아지자 2년 전 와스나씨도 한국에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일감이 떨어지면서 공장이 가동하지 않는 날이 많아지자 잔다나씨는 일용직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막노동으로 한 달로 손에 쥐는 돈은 150~200만원. 월세 25만원을 내고 스리랑카에 계신 양가 부모님께 돈을 보내고 나면 부부는 30만원이 채 남지 않는 돈으로 한 달을 살아가고 있다.
와스나씨가 자궁경부봉축술을 받는다 해도 출산 전까지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할 상황이다. 병원비가 1000여만원 이상 들 수 있다는 말에 부부는 긴 한숨만 내뱉을 뿐이다.
유산 위험으로 스리랑카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태이기에 병원비를 어떻게든 마련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현실에서도 매 순간 뱃속 아기를 위해 기도한다는 이들 부부가 건강히 새 생명을 만날 수 있도록 불자들의 자비 온정이 절실하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512호 / 2019년 1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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