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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 스님이 강조한 주체적  삶 방법 탁 트인 안목· 구어체로 새롭게 해설

  • 불서
  • 입력 2019.11.12 14:14
  • 호수 1512
  • 댓글 0

‘임제록’ / 석지현 역주·해설 / 민족사

‘임제록’
‘임제록’

“‘임제록’은 선어록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인류가 남긴 가장 극렬한 ‘반역의 서(書)’라고 해야 한다.”

중국 임제종과 조동종 계열의 대표적 공안송고평창집인 ‘벽암록’(전5권)과 ‘종용록’(전5권)을 역주‧해설했던 석지현이 주체적 삶을 강조했던 임제 스님의 가르침을 담은 ‘임제록’을 역주‧해설하면서 한 말이다.

‘선어록의 왕’으로 평가받는 ‘임제록’에서 임제 스님은 “어디를 가든지 그곳에서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그곳이 진리가 될 것”이라며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을 강조했다. 그래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고 역설했다. 깨달음에 방해가 된다면 일체의 권위와 독단적 신념을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임제 스님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불경은 똥을 닦는 휴지조각이요, 부처는 똥통”이라고 외쳤다. 역대 선승들 가운데 이처럼 저항적이고 처절했던 사람은 없었다. 이제 새롭게 ‘임제록’을 역주‧해설한 저자가 ‘반역의 서’라고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임제록’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을 개념과 언어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주체적인 삶으로 규정하고 있다. “개념의 집착으로부터 해방과 주체적인 삶은 자신의 견해가 확립되었을 때 가능하다. 그래서 임제는 진정한 견해를 갖추라고 강조한다. 이 두 가지를 강조하기 위해 임제는 일만삼천삼백팔십자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한 저자는 “우리는 너무 많은 개념(언어)에 오염되고 있다. 환경오염 못지않게 심각한 일이다. 사람들이 만들어 낸 개념에 갇혀 나 자신의 색깔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제록’에서는 이 모든 개념과 언어는 옷에 불과하다고 했다”며 ‘임제록’에서 진정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길을 만날 수 있음을 역설했다.

‘임제록’은 전체 내용을 압축한 서문(序文), 임제 스님이 법문한 내용을 다룬 상당(上堂), 격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가르침을 설하는 시중(示衆), 선문답이자 법거량인 감변(勘辯), 임제 스님의 구도 여정을 담은 행록(行錄), 그리고 임제 스님 탑을 세우면서 후세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쓰인 전기라 할 수 있는 탑기(塔記)로 구성돼 스님의 사상을 전하고 있다.

지난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기도 했던 저자는 선시와 선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전념해 온 내공을 여실히 드러내 구어체로 이루어진 ‘임제록’을 생생하게 번역했다. 책은 본문을 ‘1-1’에서 ‘59-2’까지 단락으로 나누어 번역, 해설, 원문, 주 순으로 설명해 독자들이 요점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책의 백미는 저자의 탁 트인 안목이 드러나는 ‘해설’이고, 구어체 스타일의 명쾌한 ‘번역’ 역시 기존 번역본들과 차별성을 보인다.

저자의 특별한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임제록’에서 말하는 주체적인 삶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어느 상황에 처해서도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아갈 지혜와 용기가 무엇인지도 알게 될 것이다. 2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12호 / 2019년 1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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