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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공성의 이해방식 ②

유가행파, 공을 과도하게 적용한 악취공‧ 허무론자 비판

유부 ‘아공법유’ 실체론적 사고
용수와 유식학의 비판의 표적
가설 의지처 중시 공성 설명
유가행파의 독특한 진리관

공성의 이해방식은 초기경전에서 제시한 ‘연기를 보는 자 법을 보고, 법을 보는 자 연기를 본다’는 사상적 입장을 계승한 것이다. 이러한 연기와 법에 대한 이해방식은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에 이르기까지 그 교리체계에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패러다임으로서 유부의 법에 대한 이해방식에도 계승된다. 다만 유부가 내세우는 ‘5위75법’이라는 다르마 이론은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입장은 견지하지만, 이는 아공법유(我空法有)라는 실체론적인 사고를 내포하는 점에서 용수나 유식학파 등에 의해 비판의 표적이 된다. 

이러한 유부와 용수의 법에 대한 이해방식의 차이는 교리적으로는 이제설과도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사실 초기 유가행파는 유부와 용수의 법에 대한 입장을 비판적으로 절충하여 법과 법성의 관계로서 공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방식을 제시한다. 이와 관련하여 ‘보살지’의 ‘진실의품’에서는 악취공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즉 “어떤 A가 어떤 B를 결여하고 있을 때, 즉 어떤 A가 어떤 B에 대해서 공일 때, 어떤 사문 혹은 바라문은 공인 그것 B를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B를 결여하고 있는 그것 A조차도 인정하지 않을 경우, 그와 같은 특징을 가진 것은 잘못 파악된 공(=惡取空)이라고 말해진다. 그런데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무엇이 무엇에 대해서 공이 될 것인가?”

이처럼 초기 유가행파는 ‘진실의품’에서 용수계통의 일부 견해로서 ‘어떤 A가 어떤 B에 대해서 공일 때, B를 결여하고 있는 그것 A조차도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는 것을 잘못 파악된 공(=惡取空)’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악취공’은 ‘반야경’에서 제시하는 ‘모든 존재는 자성을 가지지 않으므로 공(一切法無自性空)’이라는 입장을 너무 과도하게 적용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런 점에서 초기 유가행파는 유식적인 공관에 따라 잘 파악된 공성(=善取空)에서 제시한 가설의 기체나 의지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악취공의 입장을 비판한다. 이러한 악취공과 일맥상통하는 공성의 이해방식을 취하는 ‘허무론자’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 때문에 심원한 대승에 상응하고, 밀의의 의미로 표현된 이해하기 어려운 제 경전을 들은 후에, 설해진 경전 의미를 있는 그대로 여리작의에 의해 통달하지 않고, 여리작의를 결여한 분별을 행하고, 단지 논리에 의해 다음과 같이 경험하고, 다음과 같이 말하는 어떤 일부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실로 일체는 단지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진실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보는 자, 그가 바르게 보는 자이다’라고. 그들에게는 ‘가설의 기체(prajñaptyadhiṣṭhāna)’인 ‘단순히 실재에 지나지 않는 것(vastumātra)’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실로 그 가설은 모든 면에서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하물며, 어째서 다만 가설에 지나지 않는 것이 진실로서 있을 수 있겠는가? 이같은  방식으로 그들에 의해 진실도 가설도 양쪽 모두 손감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들은 가설과 진실을 손감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허무론자(pradhāno nāstikaḥ)’라고 알아야한다.”

요컨대 허무론자는 어떤 A가 있는 경우에 이에 대한 가설과 그 가설의 기체 A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입장을 취한다. 왜냐하면 허무론자는 경전의 의미나 진실에 대해 여리작의에 의해 통달하지 못했기에, 그는 단지 논리적인 측면에서 어떤 A는 가설의 측면에서 공인경우, 가설의 기체로서 인정되는 존재 그 자체도 부정하게 되는 오류에 떨어지게 된다. 결국 가설의 기체를 중시하는 공성의 설명방식은 초기 유가행파의 유식적인 공관이나 독특한 진리관에 따라 확립된 것으로 이해된다.

김재권 능인대학원대교수 marineco43@hanmail.net

 

[1512호 / 2019년 1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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