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율장의 정법
41. 율장의 정법
  • 법장 스님
  • 승인 2019.11.12 16:09
  • 호수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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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의 것은 계율 어긴 게 아니다”

출가자들 지나치게 고행하거나
궁핍함 면하도록 유연하게 적용  
편법 같지만 안거 중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 극복 위한 방편

삼장(三藏) 중에서 율장은 부처님께서 승가의 유지와 출가자의 여법한 수행생활을 위해 제정하신 것이다. 율장에는 출가자가 승가 내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규칙과 위의를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은 출가자가 세속적인 삶을 떠나 바른 출가적 삶을 영위하고 그 안에서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규율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많은 내용에서 특정 행동을 금지하고 그를 어길 시에 받는 처벌 등을 말한다. 이러한 내용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율장에 대해 무거운 이미지를 갖는다. 


그러나 율장에는 반드시 금지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출가수행자들이 승가 내에서 어울려 살았고 연령대도 다양했기에 식사나 생활 등에 다양한 차이가 있었다. 지역에 따른 환경의 차이도 있었기에 다소의 예외 조항이나 방편 등을 두어 출가자들이 지나치게 고행을 하거나 궁핍한 생활은 하지 않도록 하는 유연한 내용도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법(淨法Kappa)’이다. 단어 자체만 봤을 때는 청정한 법이나 수행을 말하는 것 같지만 그 사용범례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정법’은 경전에 나오는 ‘상응(相應Kappiya)’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어떠한 현상이나 작용에 유사하거나 적당하다”라는 뜻이다. 즉 “이 정도의 일은 인정한다”, “이 정도의 것은 계율을 어긴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이다. 일종의 편법인 것 같지만 이 정법이 생겨난 것에는 다양한 출가자들이 안거 중에 처하는 환경이나 문제를 원만하게 극복하게 하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물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문제도 생겨났지만 이 ‘정법’의 바른 의미를 알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한다면 오히려 출가자를 보호하고 승가의 피해를 줄여주는 유연한 방법이다.

‘정법’에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정인(浄人)’으로 출가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대신 맡아주는 사람이다. 즉 금전이나 재정적인 부분을 출가자가 만지거나 다루어서는 안 되기에 정인이 그러한 일들 맡아 처리해주고 함께 승가를 운영, 유지해주는 일을 한다. 사찰의 종무소에서 근무하시는 종무원분들이 정인의 현대적인 모습이다. 다음으로 ‘정어(浄語)’인데, 출가자는 탐진치의 삼독을 가장 멀리해야 하기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다른 신도에게 직접적으로 말해서 얻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외출을 할 때 함께 길을 나서는 정인에게 자신이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플 시에 이 정어를 사용해서 정인이 그것을 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정어의 대표적인 표현은 “이것을 아시오”로, 출가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가리키며 정인에게 이 표현을 말하면 정인이 알아듣고 준비해주는 것이다. 만약 정인이 눈치가 조금 부족해서 못 알아듣는다면, 그 출가자는 정인이 알아들을 때까지 이 정어를 말하거나 그것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자신에게 급하게 필요한 것이라도 절대로 자신이 직접적으로 그것을 원하는 말을 하거나 구매해서는 안 된다. 이는 율장에서 엄격하게 금지하는 부분이기에 출가자는 금전이나 탐욕 등을 추구하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정법이 현대의 승가에서는 그 의미와 이해가 다소 부족해졌다. 많은 출가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이나 공양을 스스로 준비하고 구매하면서 정법의 개념이 약해진 것이다. 물론 탁발을 할 수 없는 지금의 환경도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율장에 ‘정법’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이 제정된 이유가 출가자의 탐심을 막고 안락함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라는 개념은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출가자는 부유함과 안락함을 추구하기 위해 출가하는 것이 아니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탐진치 삼독과 세속적인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참다운 모습에 눈뜨고 세상을 보는 바른 눈으로 많은 대중들과 어울려 함께 이익된 삶을 살아가는 존재이며, 그것을 수행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12호 / 2019년 1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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