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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법신, 보신, 화신이 함께 배치된 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삼존불좌상

기자명 이숙희

비로자나‧노사나‧석가모니불 삼존
불화가 아닌 불상으로는 드문 사례

1636년 대웅전 중건할 때 조성
18세기 중반 삼존불 개금 기록
본존 비로자나불 근엄한 인상
오른손이 왼손 전체 감싼 형태

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삼존불좌상, 조선후기, 비로자나불상 280㎝, 노사나불상 264.5㎝, 석가불상 245㎝. ‘문화재대관’ 보물-불교조각 Ⅱ(문화재청, 2017).

전라남도 구례 화엄사 대웅전에는 비로자나불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노사나불상과 석가불상을 배치한 목조삼존불상이(보물 제1548호) 봉안되어 있다(사진). 이런 법신, 보신, 화신으로 구성된 삼존불 형식은 조선 후기 불화에서는 많이 볼 수 있으나 불상에서는 그 예가 드물다. 특히 보관을 쓰고 두 손을 양 어깨 위로 올려 손바닥을 벌리고 있는 노사나불상은 조선 후기의 삼존불상 중에서는 거의 유일한 예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조선 후기의 대형 삼존불상은 노사나불상 대신에 약사불상이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목조삼존불상의 복장에서 조성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1697년에 간행된 ‘대화엄사사적’에 의하면, 벽암 각성대사가 1636년에 대웅전을 중건할 때 청헌(淸憲), 영이(英頤), 인균(印均), 응원(應元) 등의 조각승이 함께 조성하였다고 한다. 특히 청헌은 17세기에 활동했던 대표적인 조각승으로 1626년 보은 법주사 소조삼불좌상과 1639년 하동 쌍계사 목칠존불상, 1641년 완주 송광사 소조삼세불상, 1643년 진주 응석사 목조삼세불상 등을 조성하였다. 또한 1754년에 편찬된 ‘대웅전불상개금축원책’에는 ‘조각승 상정과 계초가 개금하였다’고 되어 있어 18세기 중반에 삼존불상이 중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본존불인 비로자나불상은 얼굴이 크지만, 상체가 짧고 다리의 폭이 넓어 안정감 있는 모습이다. 머리와 육계의 구분이 없으며, 정상과 중간에 2개의 계주가 장식되어 있다. 중간계주가 상당히 아래로 내려와 표현된 것이 특징적이다. 

얼굴은 네모난 형태이며 이마는 넓고 반듯하다. 두 눈을 반쯤 뜨고 있으며 오똑한 코와 굳게 다문 입이 무표정하고 근엄한 인상이다. 몸에는 양쪽 어깨를 덮은 통견의 법의를 입고 있는데 오른쪽 어깨에서 내려온 옷자락이 오른팔을 감싸면서 배 앞에서 내의 속으로 들어가게 마무리되어 있다. 

가슴 위로는 수평으로 입은 내의가 표현되었다. 옷자락은 두 다리를 덮고 있는데, 세로 모양의 띠주름을 중심으로 좌우에 수평에 가까운 굵은 띠주름이 형성되어 있다. 두 손은 가슴 앞에서 오른손으로 왼손 전체를 감싸고 있는 특이한 형태의 지권인을 하고 있다. 좌우의 석가불상과 노사나불상은 본존불과  유사한 특징을 보여주며, 두 손의 형태와 착의법에서만 약간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문헌상의 기록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 삼존불상은 고려 초기부터 등장하기 시작하여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면서 조성되었다. 특히 비로자나불상을 본존으로 하는 삼존불의 경우, 석가 삼존불의 좌우 협시불인 아미타불상과 약사불상이 비로자나불상의 좌우 협시로 배치된 특이한 형식의 삼존불상이 조선 후기에 많이 조성되었다. 이는 조선시대 불교의 통불교적인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512호 / 2019년 1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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