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지운영의 ‘백의관음상(白衣觀音像)’
44. 지운영의 ‘백의관음상(白衣觀音像)’
  • 김영욱
  • 승인 2019.11.12 17:41
  • 호수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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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류관음 힘 빌려 병 낫기를 기원

1918년 민병석에게 준 작품
도상 연원은 당 오도자 그림
버들가지, 병 낫게하는 의미
‘청관음법’ 의식으로 이어져
지운영 作 ‘백의관음상’, 비단에 색, 144.0×62.7㎝, 1918년, 국립중앙박물관.
지운영 作 ‘백의관음상’, 비단에 색, 144.0×62.7㎝, 1918년, 국립중앙박물관.

月面吉祥觀世音(월면길상관세음)
救難救苦大慈心(구난구고대자심)
楊枝甘露隨緣灑(양지감로수연쇄)
盡爾精誠致降臨(진이정성치강림)

‘달 같은 얼굴 길하고 상서로운 관세음, 어려움과 고통에서 구해주시는 큰 자비심이여. 버들가지 감로수 인연 따라 뿌려 주시니 이 정성 다하오니 강림해주소서.’ 지운영(1852~1935)의 ‘백의관음상찬(白衣觀音像贊)’.

1918년, 67세의 지운영은 같은 해 조선문예사 사장으로 재임한 민병석(閔丙奭, 1858~1940)에게 한 장의 그림을 그려주었다. 넘실거리는 물결 위에 커다란 분홍 연잎을 딛고 선 백의관음이다. 살짝 홍조를 띤 고운 얼굴을 지닌 백의의 관음은 스님의 반신상을 화불(化佛)로 넣은 보관을 쓰고, 한 손으로 감로수가 담긴 듯한 하얀 그릇을 들고 다른 손으로 감로수를 적신 버들가지를 쥐었다.

지운영이 언급한 것처럼, 이 도상의 연원은 당나라 때의 유명한 화가인 오도자(吳道子, 약 710~760 활동)의 본에 있다. 그가 생존했을 때 제작된 관음보살상은 전하지 않지만, 오늘날 중국의 여러 사찰을 방문하면 그의 이름이 함께 새겨진 관음보살의 각석(刻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도상의 권위와 가치를 높이기 위해 오도자의 명성을 빌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 도상은 구름이나 연잎을 딛고 선 관음보살이 두 손을 모으고 있거나, 혹은 정병과 버들가지를 쥐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아마도 이 도상이 반영된 탁본이나 모사본을 접하고 자신의 작품에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가 그린 여러 점의 소동파입극도(蘇東坡笠屐圖)를 통해 당시 지운영이 동일한 본을 근거로 같은 도상의 작품을 제작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3년 뒤인 1921년에 같은 도상으로 그린 백의관음상이 현재 부산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화가는 제목을 ‘백의관음상’이라고 적었지만, 찬문의 내용을 보면 버들가지와 감로수로 병으로부터 구원하는 양류관음에 무게를 두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청관음보살소복독해다라니주경(請觀世音菩薩消伏毒害陀羅尼呪經)’에 근거한 것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옛 인도의 도시 바이샬리에 심한 전염병이 발생했다. 사람들이 석가모니에게 전염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원하자, 석가모니가 서방에 무량수불과 관세음, 대세지 두 보살이 있으니 그곳에 가서 기원하라고 권하였다. 이에 사람들이 성곽으로 나아가 버드나무 가지와 깨끗한 물을 바치니, 관세음보살이 그들을 불쌍히 여겨 큰 자비심으로 관음의 이름과 주문을 외우는 의식을 가르쳐주어 전염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였다.’

바이샬리 사람들이 관음보살의 의식에 사용한 깨끗한 물과 버들가지는 곧 모든 병을 낫게 하는 의미를 지닌다. 이를 계기로 버들가지와 깨끗한 물이 담긴 정병을 들고 있는 양류관음을 만들고 병을 물리치기 위한 ‘청관음법(請觀音法)’의 의식이 이어지게 되었다.

화가는 찬문에서 ‘조복(造福)’이라 적었다. 즉, 감로수 적신 버들가지 쥔 양류관음의 힘을 빌려 병을 낫게 하고 나쁜 기운을 물리쳐서 복을 짓는다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김영욱 한국전통문화대 강사 zodiacknight@hanmail.net

 

[1512호 / 2019년 1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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