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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모신 대웅전’도 민간 수준으로 획일 평가

  • 사회
  • 입력 2019.11.15 20:35
  • 수정 2019.11.15 20:39
  • 호수 1513
  • 댓글 8

현실과 괴리된 ‘토지보상법’
종교 특수성·기여도 반영안돼
보상·이전대책 등은 민간 수준
한불연, “악법 개선돼야” 촉구

최근 법원이 삼척 안정사 경내지에 추진됐던 도로공사의 절차적 위법성을 재차 인정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전환점을 맞은 가운데, 토지수용시 근거가 되는 현행 ‘토지보상법’이 현실과 괴리돼 있으며 사찰 등 종교시설의 특수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불교보전연합회(회장 진호 스님, 위례 대원사 주지)에 따르면 정부가 국토 및 도로개발, 택지개발과 공공주택건립 등 국가정책사업을 추진시 이에 대한 절차와 강제수용에 따른 보상 및 이전대책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에 준한다. 그러나 현행 ‘토지보상법’은 사찰 등 종교시설의 강제수용 시 종교적·경제적·사회적 특수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현실적으로는 사찰의 기능을 중단시키고 수행환경 침해는 물론, 폐사 위기까지 불러오는 ‘악법’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문화적 기여도가 높은 사찰이라도 절차상 행정적인 요건만 갖추면 강제수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당법에 따르면 창건한지 오래됐거나 대규모 불사를 한 사찰도 민간 수준 혹은 못미친 수준의 보상 및 이주금액이 책정되며, 운영상 피해에 대한 보상대책이 전무하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일반적으로 사찰의 경우 전각 불사는 물론, 불단과 탱화를 조성하고 불상 등을 봉안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게다가 도량이 안정된 이후에도 신도들을 중심으로 종교활동을 하고 신행생활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강제수용될 경우 사실상 사찰의 기능은 정지되며 이로 인해 사격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강제수용된 부지를 떠나 도량을 이전하는 것도 문제다. 전각을 해체해 옮기거나 다시 조성해야 할 뿐 아니라, 탱화와 불상, 불단 등을 이운하는 과정 자체에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행 ‘토지보상법’에 따라 책정되는 보상금이나 이주대책으로는 이전조차 쉽지 않으며, 재적신도 감소 혹은 이탈로 인해 법회 운영이나 각종 재 봉행 등에서 기존 도량과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안정사 주지 다여 스님은 “전각 불사는 말할 것도 없고 불단을 조성하는 것만 1~2억원이 소요된다. 불상을 모시는 것은 금액도 금액이지만 이운하는 과정조차 하나의 불교의식이자 신앙의 상징”이라며 “그럼에도 이 같은 특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공무원들은 규정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이삿짐센터를 부르면 된다는 식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위례 대원사 주지 진호 스님도 “감정평가 과정에서 사찰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이에 근거한 어떠한 보상이나 대책도 사실상 크게 의미가 없다”며 “일부 법에 밝은 스님들의 경우 보조 감정평가인의 용역평가를 요구해 재평가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마저도 최종단계에서 대폭 깎여 노력에 비해 성과는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법으로 불교 등 종교시설의 특수성을 반영한 조항을 추가로 만들거나 개정하는 등 정책 차원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피해 사찰 스님들이 아무리 권리를 주장하더라도 소득은 적고, 상처와 빚만 떠안은 채 도량에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한국불교보전연합회는 지난해 ‘토지보상법’ 개정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정책실을 방문했다. 진호 스님과 안정사 주지 다여, 서울 심택사 주지 효탄, 용인 지장사 주지 성정 스님 등이 당시 김태년 정책위원장과 이한규 정책실장 등을 만나 면담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이와 관련 진호 스님은 “범불교 차원에서 각 종단의 원력이 모인 가운데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하다”며 “같은 문제로 고심하는 개신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교단별, 기독교연합체 차원에서 대응하면서 신도시 개발과 관련한 토지보상의 일부 개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513 / 2019년 1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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