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행동이 필요한 때
평화행동이 필요한 때
  • 원영상 교수
  • 승인 2019.11.18 13:29
  • 호수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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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차를 몰고 성주 소성리로 간다. 2차에 걸쳐 사드(THAAD)가 들어간 길목에서 구도길을 열라며 원불교 출재가들이 24시간 지키는 진밭교 앞 평화교당에서 그들과 함께 한다. 2년 전인 2017년 3월18일, 수천 명의 전국사드반대행동 참가자들은 맨땅 위 찬바람 속에서 밤새 기도하는 그들에게 천막을 쳐주었다. 나도 그날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평화의 관을 씌워주기 위해, 저지하는 경찰을 온 몸으로 막으며 안간힘을 쓰는 그들 앞에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이곳은 이제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여전히 소성리의 하늘 위로는 미군 헬리콥터가 군인과 장비를 실어 나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전시 속에 사는 것처럼 불안해한다. 어쩌다 평화롭던 마을이 전쟁터로 변했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사드가 배치된 부대정문에서는 매일 두 차례 사드철폐를 위한 평화행동, 소성리 마을회관 앞마당에서는 평화백배가 진행된다. 또한 수요일과 토요일에도 쉼 없이 집회가 이루어진다. 김천시에서도 일주일에 두 번, 성주군에서도 한 번의 사드반대집회가 열리고 있다. 인디언들이 말하듯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겠다’는 각오로 주민들과 평화운동가들은 흐트러짐 없이 일치단결하고 있다. 

진밭평화교당은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정산 송규(鼎山 宋奎, 1900~1962)가 자신의 스승인 소태산 박중빈(少太山 朴重彬, 1891~1943)을 만나러 가던 길목이다. 그 길은 현재 사드가 임시 배치된 곳을 관통한다. 원불교신도들이 순례하던 그 길에 사드가 떡하니 놓여 있는 것이다. 송규는 게송인 삼동윤리(三同倫理)를 내놓았다. 즉 ‘동원도리(同源道理)・동기연계(同氣連契)・동척사업(同拓事業)’이다. 풀자면, ‘한 울안 한 이치에 한 집안 한 권속이 한 일터 한 일꾼으로 일원(一圓)세계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한 마디로 불법에 바탕을 둔 평화의 사상이다. 그가 어릴 적부터 세계평화를 위해 구도했던 그곳은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는 무기들도 채워지고 있다. 

미국은 이 사드를 1조 2000억원에 사라고 한국정부를 윽박질렀다. 지금은 미국정부의 관리들과 군인들이 한국을 들락날락하며 미군의 방위비 6조원 인상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재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군산복합체의 나라인 미국은 기간산업이 전쟁무기제조와 관련이 있다. 미국 정부는 전쟁 산업을 보호, 육성해야만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죽음을 매개로 살아가는 나라가 된 것이다. 한반도의 전쟁억지력은 상당부분 미군주둔으로 인해 유지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의 갈등 현장이나 전쟁터는 미국과 관련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또한 전 세계 무기경쟁에서 미국은 선두주자다. 과연 전쟁은 무기가 발달된다고 없어지는가. 미국이 개입한 전쟁은 재고무기의 대량방출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연일 쏟아지는 미국의 압력에 대해 국민들은 “그렇다면 미군을 철수시켜라”라며 응수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를 씌워 잡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의 횡포에 대한 불만을 스스럼없이 쏟아낸다. 남녀노소, 진보・보수도 없다. 이제 미국의 의도를 깨달은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에 자신의 군대를 주둔시키는 최종 목적이 중국과 러시아 방어를 위한 것임을 알고 있다. 나는 미국을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인들이 진정 지구 평화의 파수꾼임을 자부한다면 그러한 생각과 실천을 하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미국우선주의는 상대국과 맺은 협정도 무시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관철시키고자 한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지한다면, 왜 남북한이 함께 원하는 종전선언, 평화협정, 그리고 수교를 하지 않는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나의 평화행동의 목적은 오직 한 가지다. 석가모니부처님이 직접 내려주신 첫 계문인 ‘불살생계’를 지키는 것이다. 이 땅에서 성스런 이 계문이 무너진다면, 나를 비롯한 우리 불자들은 온 몸을 내던져 막아야 하리라. 이제 12월5일이면 진밭평화교당에서 끊이지 않고 올린 평화의 기도가 1000일째를 맞이한다.

원영상 원광대 정역원 연구교수 wonyosa@naver.com

 

[1513호 / 2019년 1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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