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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리의 저력

불자에겐 사리가 곧 부처님
불사리는 불교신앙 결정체
봉안 법회 축제로 만들어야

오랫동안 국립박물관에 보관됐던 불사리(佛舍利) 82과가 11월12일 불교계 품으로 돌아왔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전국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사리 129과가 모두 제자리를 찾게 됐다. 단순한 유물로 간주되던 사리가 다시 신앙 대상이 된 것이다.

사리는 유골을 뜻하는 범어 ‘샤리라(śarīra)’ 음사로 깊은 수행 경지에서 생긴다는 구슬 모양 유골이다. 이 중 불사리(진신사리)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에 들며 남긴 신골(身骨)을 의미한다. 기록에 따르면 부처님을 다비했을 때 8말4되의 엄청난 사리가 출현했고 이를 8개 나라에 나누어 봉안했다. 그 뒤 아소카대왕은 인도 전역에 팔만사천 사리탑을 건립했다. 이는 대중적인 불교신앙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불교인들에게 사리는 곧 부처님이다. 사리가 있어야 탑을 세울 수 있었고, 절도 들어섰고, 기도와 예경도 드릴 수 있었다.

사리는 선대로부터 전승돼 왔지만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와 사찰 건립 발원을 계기로도 출현했다. 진나라 동왕은 자신이 모시던 목불 옆에서 우연히 발견했다거나 송나라 장수원은 집에서 팔관재를 지내다 얻었다는 등 신심 깊은 이들에 의해 사리가 사바세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발견된 사리는 진짜 사리인지 아닌지 확인 과정을 거쳤다. 사리를 쇠망치로 내리치고, 활활 타오르는 불속에 집어넣었으며, 물속에 담갔다. 깨지지 않고 녹지 않고 물에서 영롱한 빛을 내는 신이함을 보이면 진신사리로 인정됐다.

그 과정을 거친 사리는 더 이상 구슬이나 뼛조각이 아닌 경이롭고 진귀한 보배였다. 사람들은 당대 최고 기술력과 정성을 들여 사리를 모실 사리구와 사리함을 만들어 탑과 불상에 봉안됐다. 사리로 인해 생명력을 얻은 탑과 불상은 중생들의 온갖 번민과 고통을 해결해주고 소망을 들어주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불사리와 관련된 수많은 영험이 회자됐으며, 이런 이야기들은 불교에 대한 대중들의 깊은 신심을 이끌어냈다.

역사적으로 사리와 관련된 크고 작은 행사들도 많았다.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성대한 행사는 당나라 때 법문사 사리공양회다. 기록에는 법문사에 모신 불지사리(부처님 손가락 뼈)를 30년마다 장안으로 모셔와 황제가 직접 맞이하고 공양했다. 이때 약 100km에 이르는 거리마다 수많은 인파들로 가득했으며, 뜨거운 찬탄 속에 기도와 보시, 소신공양이 이뤄졌다고 한다.

사리는 불교신앙의 확산뿐 아니라 불교수용과 훼불 극복에 크게 기여했다. 오늘날 우즈베키스탄 지역 출신인 강승회(?~280) 스님이 삼국지에 등장하는 오왕 손권을 불교로 귀의시킬 수 있었던 것은 사리 덕분이다. 강승회 스님은 오왕 손권을 불교에 귀의시키기 위해 21일 기한 내에 불사리를 바칠 것을 약속했다. 때가 되자 갑자기 빈 병속에서 소리가 나더니 사리가 출현났다. 사리는 오색의 광명을 발했으며, 쇠망치로 내리쳐도 꿈쩍 않았다. 손권은 감복하고 발심해 건초사를 지었는데 이것이 중국 강남 최초의 사찰이다.

위나라 명제(205~239)는 사찰의 펄럭이는 깃대를 싫어해 절들을 허물려고 했으나 사리의 신이한 능력을 직접 확인하고 경탄해 100칸의 사찰의 지었다. 오황 손오도 불경을 태우고 탑을 허물고 스님들까지 해치려 했지만 사리의 영험함을 체험한 후 교화됐다고 한다. 이런 일화는 한국과 일본에도 무수히 전한다. 이렇듯 인도 종교인 불교가 한자문화권에 정착·확산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리가 있었다.
 

이재형 국장

이 귀하디 귀한 사리들이 마침내 불교계로 돌아왔다. 사리구와 사리함도 시절인연이 되면 돌아오겠지만 국립박물관에 소장됐던 사리의 귀환 자체로도 엄청난 사건이다. 해당 사찰들은 탑과 불상에 사리를 조용히 모실 것이 아니라 성대한 축제로 만들어도 좋을 듯하다. 사리는 불교신앙의 결정체이며, 그 신앙의 힘이 한국불교를 떠받들 수 있기 때문이다.

mitra@beopbo.com

 

[1513호 / 2019년 1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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