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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화합 성명’ 진정성 있나

전국비구니회 12대 회장 본각 스님의 취임 일성은 “도약을 위한 비구니승가의 화합”이었다. 

전국비구니회장 선거과정에서 후보자로 나선 본각 스님에 대한 상대후보 진영의 의혹제기, 그리고 호법부에 진정서 제출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지며 첨예한 갈등으로 치달았던 만큼 선거후유증을 해소하고 비구니승가의 결속을 재정비해야 할 본각 스님에게 ‘화합’이야 말로 무엇보다 우선 해결해야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당선 직후 밝힌 소감을 통해서도 “우리는 모두 한 방울의 물”임을 강조하며 “전국의 6000여 비구니스님들이 모두 함께 모여 진리의 바다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호소했던 것 또한 ‘화합이야 말로 전국비구니회의 최우선 과제’라는 인식을 보여줬다. 

본각 스님의 취임식을 앞둔 11월11일, 11대 회장 육문 스님과 조계종중앙종회의원 상덕 스님이 공동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육문 스님 상좌들과 상덕 스님은 본각 스님에 대한 학력의혹을 제기하며 호법부 조사를 촉구했던 만큼 일각에서는 이 성명서가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을 이끌어내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성명서에서는 “돌이켜 보면 서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을 불필요한 갈등에 사로잡히게 하였고, 화해할 수 있었던 것들을 대중들 상호간에 반목하게 한 것은 지혜가 없고 부덕한 소치라 생각한다”며 “이제 관용과 용서의 갈림길이란 선착장에서 자비의 바다로 함께 항해해 나갈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스님 측이 본각 스님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며 호법부에 제출했던 진정서를 철회했다는 소식은 취임식 당일까지도 들리지 않았다. 결국 ‘본각 스님에 대한 호법부 조사 촉구’는 여전히 유효한 상태였다. 

이러다 보니 성명서를 접한 전국비구니회 12대 집행부 내에서도 ‘성명서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전국비구니회 12대 집행부 한 스님은 “호법부에 제출한 진정서를 철회하지 않은 것은 갈등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최소한의 진정성도 없이 무조건적인 화합을 요구하는 미봉책으로는 대중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수연 기자

승가의 가장 큰 미덕은 참회와 용서를 통한 화합이다. 그것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세속의 선거를 상호존중과 일불제자의 전통으로 승화시키는 가장 불교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진정한 선거의 마무리는 화합이다. 승가의 거룩한 전통을 위한 결자해지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namsy@beopbo.com

 

[1513호 / 2019년 1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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