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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차별에 의한 차별

기자명 법장 스님

“차별하는 사람은 누군가에 의해 차별받게 된다”

깨달음 가능성 두고 중생들을
5종류로 구분한 게 오성각별설
우리 사회도 기회 공평하지만
사람들에 의해 차별하고 구별

불교 수행의 기본에는 ‘자리이타(自利利他)’라는 보살행이 있다. 이는 나와 남이 모두 이익 되고 행복함을 누리는 수행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불교입문의 근원에 보리심이라고 하는 마음가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불교에는 중도라는 사상이 있어서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모두를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 이러한 중도의 사상으로 자리이타를 실천하여 모두가 보살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우리 불교가 추구하는 이상향에 가까운 모습이다.

그러나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나와 다른 사상이나 성격 등에 의해서 누군가를 멀리하거나 차별하기도 한다. 대부분 나와 다르다는 생각에서 이러한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다르다’는 것이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불교에도 이러한 차별을 나타내는 표현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법상종의 오성각별설(五姓各別說)이다. 이는 중생이 지닌 근기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불성에 차별을 두어 5가지로 분류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오성각별설 자체가 불교를 구분 짓고 자리이타를 부정하여 불교를 불교가 아닌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된다. 

중생을 차별하는 것에 대해서 신라 의적(義寂) 스님의 ‘범망경’ 주석서 ‘보살계본소’에서는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거나 불성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 모두가 불법승 삼보를 비방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열반경’에서는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고 말하는데 그것을 다른 누군가가 있다고 하거나 없다고 하는 그 말 자체가 모두 차별을 하는 것이 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정하는 것이 되기에 스스로 불교를 비방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평등하게 태어나 평등한 권리를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사람이 사람에 의해서 차별받아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르거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누군가를 멀리하고 나와 다르게 차별을 한다. 하지만 바꿔서 생각해보면 우리의 그러한 모습이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우리가 차별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의적 스님의 설명과 같이 불교에서는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고 하여 누구라도 마음을 가다듬고 불교수행을 하면 깨달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을 가진 중생이 다시 다른 중생을 5종류로 구별하여 누군가는 깨달을 수 있고 누군가는 안 된다는 기준을 만든 것이 오성각별설이다. 이러한 차별의 모습은 비단 불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도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들을 똑같은 사람들에 의해 차별되고 구별되고 있다. 하지만 그 차별을 만드는 이들도 결국 같은 사람으로 언젠가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다시 차별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바른 눈과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똑같은 존재이고 같은 사회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에 따라 각자의 생각과 능력이 모두 다르다. 그러나 그렇게 다른 존재들이 이 사회에서 모여 살기에 각자의 역할이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역할들이 모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움직여주고 있는 것이다. 내가 조금 뛰어나다고 다른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내가 재산이 조금 많다고 다른 누군가를 괄시한다면 그들은 다시 자신들보다 조금 더 나은 이들에게 똑같이 차별받게 된다. 

불교에서는 이 세상이 업(業karma)의 힘에 의해 움직인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가 맡은 바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업에 의해 이 세상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를 공업중생(共業衆生)이라고 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주고 다른 이의 말에 조금 더 귀기울여준다면 우리도 똑같이 다른 이에게 그러한 배려를 받게 된다. 보다 여유로운 마음과 시선으로 우리 주변의 이들을 바라보고 그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공감해준다면 우리가 그 배려와 따뜻함을 되돌려 받게 될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13호 / 2019년 1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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