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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물고기도 고통 느끼고 인식할까

기자명 고용석

미끼로 고통당한 물고기 갈고리 피한다

미국의 퍼듀대학교, 금붕어 연구
절반 모르핀 주입후 히터 높이자
모르핀 안 맞은 물고기들만 꿈틀
히터 껐음에도 한데 뭉쳐서 경계

18세기 계몽주의 지식인들은 자연과 동물을 영혼 없는 자동 장치라 여겼다. 얼굴 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개를 마구 때렸으며 고통을 느끼는 듯 몸부림치는 생명에 동정심을 느끼는 이들을 비웃었다. 매 맞을 때 내는 비명소리는 마치 시계 속에 있는 작은 스프링의 소음일 뿐, 몸 전체는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여성과 흑인은 도덕적인 공동체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흑인 노예를 회초리로 때려 고통을 주어도 불법이 아니었다. 공리주의자들은 동물들에게 사고할 능력이 있는가 또는 말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 아닌가에 따라 도덕적 지위가 결정된다고 말한다. 사고능력이 기준이라면 정신이상자나 정신지체인 등에도 도덕적 지위를 주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고통을 느낀다. 고통을 받는 존재는 평등하다. 여성과 흑인이 그렇듯이 동물도 고통을 느낀다면 도덕적 공동체 안에 포함해야 한다. 

그렇다면 물고기는 고통을 느낄까? 미국 퍼듀대학교 연구팀은 수조 속 금붕어의 절반에는 모르핀을, 나머지는 가식염수를 준 뒤 몸에 히터를 부착해 온도를 올렸다. 히터는 일정 온도가 올라가면 자동적으로 멈추게 돼 있어 금붕어 몸에 화상을 입힐 정도는 아니었다. 연구팀은 원래 모르핀을 맞지 않는 물고기들만 고통을 느껴 꿈틀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두 그룹의 금붕어 모두 일정 온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자 꿈틀거리며 고통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차이는 히터가 꺼진 뒤 나타났다. 모르핀을 맞은 금붕어들은 히터가 멈추자 종전처럼 자유롭게 수조를 돌아다니며 모이를 먹었다. 반면 모르핀을 맞지 않은 금붕어들은 경계하는 것 같은 태도로 한쪽에 몰려 있는 모습을 보였다. 

온도가 올라가는 통증에 대해서는 두 그룹 모두 자동반사적으로 행동했다. 차이는 모르핀을 맞은 금붕어는 고통스런 경험을 안했기에 바로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만 고통을 경험한 금붕어들은 방어 태세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과학논문 사이트 ‘유레칼러트’에 실린 이 연구는 금붕어가 고통에 신체적으로도 반응할뿐더러 이를 인식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일부 학자들은 통증을 인지하는 대뇌 신피질이 어류에 없다는 점을 들어 물고기는 아픔을 느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류에 대한  여러 통증실험은 신피질 없이도 통증 인지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예컨대 벌독이나 식초, 바늘로 통증을 유발한 물고기의 아가미 개폐 횟수는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미끼로 인해 상처를 입은 물고기가 갈고리를 피하는 현상도 잉어의 경우 최대 3년이나 지속된다는 실험결과도 나와 있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물고기들은 대부분 사회적 존재로서, 같은 종 사이에서 갖가지 갈등과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심지어 다른 종들과도 사회계약을 맺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산호초 주변의 청소부 물고기와 고객 물고기가 대표적인데, 청소부는 고객이 찾아오면 기생충과 죽은 피부 등을 제거해 준다. 우리나라 온천에서 사람들이 발을 담그면 찌꺼기를 떼어먹는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 청소부는 자신의 고객을 파악하고 구별한다. 또 고객은 불성실한 청소부에 대해선 평판점수를 매겨 외면해 버린다. 무임승차자 처벌도 이뤄진다. 신뢰 관계에 기초하며 일종의 사회계약 관계라는 얘기다.

‘자타카’나 ‘중경찬잡비유경’에 비둘기를 좇아 온 매에게 자신의 살을 베어 저울에 달다 결국 온몸을 올리고 나서야 무게가 같았다는 부처님 전생담이 나온다. 뭇 생명의 존엄성을 느끼게 하는 일화이다. 인간이 물고기의 고통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도 무표정한 얼굴과 소리를 지르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사람 귀에 들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513호 / 2019년 1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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