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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배정순의 ‘미운 새’

기자명 신현득

앙상한 나뭇가지에 걸린 비닐 조각
나무에 걸터앉은 한 마리 새 비유

썩지 않는 비닐·플라스틱 공해
폐비닐 바다 흘러가 생명 위협
5초면 생산되고 소멸엔 500년
동심속 나무 위 비닐은 미운새

비닐가방‧비닐우산 등 비닐로 만든 제품은 가볍고 투명하다. 농촌에서는 비닐로 지붕을 덮어서 비닐하우스를 만든다. 그 안에 겨울 화초, 겨울 채소, 특용작물을 가꾸고 있다. 그리고 비닐은 온갖 상품 포장에 편리하게 쓰인다. 우리의 생활을 크게 돕고 있는 것이 비닐이다.

그러나 이것이 썩지 않기 때문에 성분이 같은 플라스틱과 함께 세계적인 공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태우면 유독 가스를 내뿜기 때문에 이것도 공해다. 이를 비닐 공해, 플라스틱 공해라 부르고 있다. 비닐공해의 제일 큰 문제는 바다로 흘러 들어간 비닐 조각이 물고기들을 해치는 일이다. 

버린 비닐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떠다니면 거북이나 바다 새들이 이를 해파리인 줄 알고 삼켰다가 목이 막혀 생명을 잃는다. 죽은 고래의 뱃속에서 수많은 비닐 뭉치가 나왔는데, 바다에 떠다니는 비닐을 먹이인 줄 알고 먹었다가 소화가 되지 않아서 죽은 것이었다. 비닐의 일생이 ‘5초면 생산되고, 사용은 몇 십 분이나 며칠이며, 흙이 되는 데에는 500년이 걸린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그러므로 비닐 사용을 줄이는 것이 환경운동이요 자연보호운동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공해가 없는 비닐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으니 미래의 어젠가에는 비닐 공해가 없는 시대가 닥칠 것이다. 

동시의 세계에서도 환경 문제를 같이 걱정하고 있다. 비닐 공해를 담은 동시 한 편을 살펴보자.      

미운 새 / 배정순

겨우내 
빈 감나무에 걸터앉아
빈 느티나무에 걸터앉아

바람 따라 부스럭대기만 하는 
너는 미운 새.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지도 못하는 
너는 미운 새.

봄맞이 집수리 시작한 까치들
흉보며 놀려대자
부끄러워 슬며시 사라지는 
너는 미운 새.

비닐 봉지새.

배정순동시집 ‘강아지가 돌린 명함’(2019)

잎이 지고 앙상한 감나무에 찢어진 비닐조각이 걸려 있다. 바람에 날려 가다가 감나무 가지에 걸린 것이다. 빈 가지만 남은 느티나무에도 찢어진 비닐 조각이 걸려 있다. 귀여운 모습이 아니다. 그러나 미운 놈일수록 미운 짓을 한다. “나는 나무에 걸터앉은 한 마리 새다”하며 뽐내고 있다. 참으로 밉상이다. 

시인의 눈에는 그것이 미운 새다. 미운 새는 온 겨우내 다른 나무에 옮겨 가지도 못하면서 나뭇가지 하나에 매달려 미운 짓만 하고 있다. 그러다가 봄이 되자 새 움이 돋는 나무에 까치가 날아와서 집수리를 시작한다. “저 비닐 조각이 새인 척하네. 미운 새야.”

까치들도 비닐 조각을 미운 새로 이름 지었다. “네가 무슨 새냐? 나무에 걸린 비닐 조각이지. 깍깍깍….”

까치 내외의 이 말에 견딜 수 없는 모욕을 느낀 미운 새가 슬며시 사라지고 만다.

시의 작자 배정순(裵貞順) 시인은 강릉 출신으로, 2000년에 ‘아동문예’지로 등단, 동시집 ‘호기심 스위치’ ‘연두색 느낌표’ 등을 자신이 그린 삽화를 더해 출간하였다. 찬불가 노랫말로 BBS 찬불창작동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신심 있는 불자이다. 새벗 문학상, 강원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강릉 여성문인회장을 맡고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13호 / 2019년 1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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