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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스님 원력 깃든 ‘불광사 일요법회’ 45년만에 중단

  • 교계
  • 입력 2019.11.20 18:37
  • 수정 2019.11.22 18:38
  • 호수 1513
  • 댓글 80

불광사 주지 진효 스님, 입장 표명
“신도들 안전 위한 부득이한 사정”
일부 신도 고성·목탁으로 법회 방해
박홍우 법회장 비판 목소리도 커져

불광사 주지 진효 스님이 11월17일 일요법회 법문을 위해 법석에 올랐으나 일부 신도들의 조직적인 방해로 법문도 못한 채 내려왔다. 동영상 캡쳐.
맨 앞자리에 앉은 박홍우 법회장이 법회 중간에 긴밀히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동영상 캡쳐.

1974년 10월 이후 단 한차례도 빠짐없이 진행되던 서울 불광사 일요법회가 45년만에 처음으로 중단된다. 일요법회 등을 통해 한국불교 도심포교의 새 지평을 열며 모범적인 신행공동체로 평가 받던 불광법회가 심각한 혼란 상태로 치달으면서 이제는 일요법회마저 열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불광사 주지 진효 스님은 11월17일 일요법회에서 “일부 신도들의 조직적인 법회 방해가 지속되면서 일요법회를 잠정적으로 멈출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진효 스님은 법문을 위해 법석에 앉았지만 30여분 간 일부 신도들의 고성과 거센 목탁 시위로 법회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이같이 말하고 법석을 내려왔다. 스님은 11월18일 전체문자를 통해 “법회의 위의를 유지하고 신도들 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한 사정으로 당분간 일요법회를 중단한다”며 “나머지 기도법회는 정상적으로 진행되니 동참 바라며 일요법회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마음을 모아 달라”고 공지했다.

최근 불광사 일요법회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해왔다. 지난 10월말에도 외부에서 초빙된 법사스님이 법석에 올랐으나 목탁시위와 고성 등으로 결국 법회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11월17일 불광사 일요법회도 상황은 비슷했다. 불광사 관계자에 따르면 불광사 주지 진효 스님은 일요법회에서 신도들에게 10월13일 진행된 광덕문도회 회의 결과를 알리려 했다. 발표 내용은 지난 6월, 명등회에서 개정된 불광 회칙과 운영 규정 등에 대한 무효 선언과 지정 스님의 창건주 권한 유지 등이 골자였다. 특히 불광사 회칙과 규정 등에 대한 상반된 입장이 혼란을 부추긴다고 보아 불광사를 창건한 법주인 광덕 스님 생전에 정한 1995년 회칙으로 되돌린다는 결의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날 일부 신도들의 법회 방해로 회의 결과를 전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법보신문이 확보한 일요법회 동영상에는 법석에 오른 진효 스님이 법문을 하려 했음에도 박홍우 법회장을 비롯한 일부 신도들이 여기저기서 목탁을 거세게 두드리는 모습이 나타난다. 반면 다른 신도들이 “우리는 법문을 듣고 싶다”는 손팻말을 들고 목탁시위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한 여성불자는 박홍우 법회장 앞에 서서 일요법회의 정상적인 진행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모습과 박 법회장을 따르는 이들이 이 여성의 항의를 저지시키려는 행동들도 보인다.

진효 스님은 “여러 신도님들이 법회와 법문을 열어야 한다는 말씀이 많았고 어떻게든 광덕 큰스님의 원력이 깃든 일요법회가 지속돼야 한다는 생각에 법석에 올랐다”며 “맨 앞에 앉아 목탁을 치며 법문을 거부하는 박홍우 회장에게도 법회 중에 목탁 치는 게 어디 있느냐고 수차례 하소연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광덕문도회 회의 결과가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이 아니자 발표를 저지하기 위해 법회를 방해한 것 같다”며 “불자라고 하면서 가장 성스러워야 할 법회를 이렇게까지 만들 수 있는지 참담하다”고 탄식했다.

법문을 듣고 싶다는 신도들이 목탁을 치며 법회를 막고 있는 박홍우 법회장을 향해 항의하고 있는 모습. 동영상 캡쳐.

1974년 10월 광덕 스님에 의해 시작된 불광사 일요법회는 도심 포교의 전형을 제시했다는 평가와 더불어 수많은 사찰에 영향을 주었다. 전통적인 초하루법회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실시된 일요법회는 불광사 신도들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강화시켰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광덕 스님 때부터 불광사에 다녔다는 A신도는 “일부 신도들의 방해로 많은 신도들이 일요법회에 왔다가 실망과 분노를 안고 수차례 발길을 돌려야 했다”며 “광덕 큰스님이 이런 사실을 알면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박홍우 법회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B신도는 “법회장과 일부 신도들이 일요법회를 계획적으로 방해해 신도들이 더 이상 신행생활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우리 불광사에 개선돼야 할 내용이 있으면 이제라도 가장 불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광 안정화를 위한 신도비상대책위원회도 “불광사 위기의 중심엔 박홍우 법회장이 있다”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만큼 박 법회장에 대한 법회 방해 및 횡령 고발과 사찰 안정화를 위한 법회장 퇴진운동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성과 목탁시위로 일요법회를 무산시킨 박홍우 법회장 등 불광법회 회장단이 광덕문도회를 비롯한 불광사 회주·주지스님 등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일요법회를 불광사 보광당에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514호 / 2019년 11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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