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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과 불교닷컴의 뻔뻔함

  • 기자칼럼
  • 입력 2019.11.22 13:14
  • 수정 2020.01.31 21:22
  • 호수 1514
  • 댓글 7

기자칼럼-권오영 기자

경찰,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하자
PD수첩 유관단체 잇따라 비판성명
경찰조사로 ‘조작방송’ 드러났음에도
“검찰 기소하지 말라” 외압성 주장
언론이 맞다면 참회하고 책임져야

경찰이 지난 10월말 MBC PD수첩 제작진과 불교닷컴 대표 등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조계종 전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PD수첩 측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이후 1년5개월여의 수사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KBS에 따르면 경찰은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한 김씨가 허위사실을 말했고, 불교닷컴 대표가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특히 제작진이 인터뷰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부풀린 것으로 판단했다”며 기소의견 송치 이유를 밝혔다. 경찰 발표대로라면 PD수첩이 스스로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를 자임하지만 정작 방송은 정직하지 못했고, 불교닷컴 대표가 그런 방송을 하게 한 조력자였다는 것이다.

경찰의 기소의견 송치결과가 나오자 한국PD연합회, 방송 4사 구성작가협의회, 한국불교언론인협회, MBC노조 등은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며 경찰을 강하게 성토했다. 불교닷컴은 기다렸다는 듯 이들의 성명을 홈페이지에 도배하다시피 대서특필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에서 경찰이 PD수첩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기소하면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이자,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면서 검찰을 향해 외압성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PD수첩이 제기한 의혹이 무고임을 밝히기 위해 법에 호소했던 현응 스님에 대해서는 “의혹이 제기된 사실만으로도 사죄하고 참회해야 마땅하다”면서 “의혹의 당사자가 PD수첩 취재진을 고소한 것은 적반하장의 행태”라고 모진 비판을 가했다. 이러한 성명은 언론 권력의 횡포이자 ‘갑질’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면 의혹의 당사자는 사실여부와 관련 없이 무조건 참회해야 하고 죄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논리다.

그동안 PD수첩이 제기했던 현응 스님 관련 의혹은 경찰 수사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났다. 현응 스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은 경찰 수사결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상태고, 현응 스님이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을 출입했다는 의혹도 검찰조사 결과 허위임이 밝혀졌다. 또 최근에는 PD수첩에 출연했던 김모씨가 “인터뷰 내용은 모두 거짓”이라는 자백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 단체가 이 같은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PD수첩을 옹호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게를 감싸려는 가재의 처신’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경찰수사 결과 ‘조작혐의’가 드러나자 PD수첩과 불교닷컴이 비판여론을 ‘물타기’하고,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자신들과 친분이 있는 유관단체에 성명을 요청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들 단체가 이번 상황에 대해 얼마나 알기에 부실한 취재와 낙인찍기로 불교지도자를 파렴치한 인물로 내몰았던 PD수첩과 불교닷컴의 보도행태를 지적하기보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실만으로도 참회해야 한다’는 망발을 쏟아내는지 참으로 의아스럽다. 한국PD연합회와 MBC 등이 이를 몰랐다면 무지한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몰염치를 넘어 파렴치한 행태다.

언론의 신뢰는 정직함에서 나온다. 그러나 언론 역시 정확한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따라서 억울함을 호소한 피해자가 법에 호소했다면 진실규명을 위해 적극 협조해야하는 것은 의무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보도가 확인된다면 겸허히 수용해 참회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그것이 언론이 갖는 정직함이다. 이번 사안도 경찰이 오랜 수사결과 허위라고 판단했으니 이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 잘못은 참회하고 억울한 점이 있다면 사실 규명을 위해 힘쓰면 될 일이다. 행여 참회나 사실규명을 외면한 채 유관단체의 성명에 기대 법적 책임을 피해 가려한다면 그것은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언론의 비판에 성역이 없어야 하듯, 언론 역시 성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뻔뻔함의 극치이자 적폐라는 비판을 결코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14호 / 2019년 11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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