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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권 유지·확장 위한 ‘방위비’인상 안 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19.11.25 11:27
  • 호수 1514
  • 댓글 0

최근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까지 언급하며 과도한 방위비분담금을 우리 정부에 요구한 것에 대해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미국의 요구는 한국의 안전을 지키는 분담금이라기보다 미국의 패권을 유지, 확장시키기 위해 한국의 국가예산을 폭력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설득력 있다.   

냉전이 종식될 즈음 미국은 세계의 안전을 위한 동맹국들의 기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공동방위’ ‘책임분담’이라는 용어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고, 2010년대 들어서서 ‘부담분담’이라는 용어로 대체됐는데 미군의 해외주둔에 따른 비용을 동맹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최근 국민들을 분노케 한 ‘방위비분담금’이 여기에 해당하는 비용분담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부터 주한미군의 주둔비용 일부를 분담해 왔다. 여기에는 주한미군 내 한국인 고용원의 임금과 군사 건설비, 군수지원비, 항공 정비 등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방위비분담 증액 협상 때마다 진통을 겪어왔지만 이번처럼 심각한 갈등 양상으로 치달은 적은 없었다. 

주한미군 주둔으로 인해 우리의 국방비가 그만큼 줄거나,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여기에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우리나라가 안보위협의 짐을 덜어가며 경제성장에 매진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방위비분담금을 너무 아까워만 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물론 여기에는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서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때 “자신들 방위에 돈을 쓰지 않으려는 나라들을 왜 우리 세금으로 지켜주어야 하느냐?”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상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암시였는데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과도한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해 해를 넘긴 올해 2월에서야 간신히 협상을 마쳤다. 올해 방위비분담금은 1조389억 원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측은 약 6조원에 달하는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분담금의 500%를 인상한 셈이다. 1991년 이후 가장 많은 증가율을 보였던 게 2002년도의 25.7%였음을 감안하면 500% 증가율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방위비분담금 대폭인상 요인을 들여다보면 아연실색하다. 주한미군 주둔 경비는 물론 주한미군 인건비(수당) 가족지원 비용과 함께 훈련·작전비용까지 내놓으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주한 미2사단은 9개월 주기로 기동여단을 순환배치하고 있다. 주요 전투장비는 주한미군 기지에 두고 병력만 이동시켰던 것과는 달리 2005년부터는 전차와 장갑차는 물론 수직이착륙 항공기까지 반입·반출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른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느는데 이것을 우리보고 부담하라는 것이다. 

미군의 순환배치는 우리나라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유럽(NATO)도 순환배치 대상이다. 한반도를 위한 순환배치가 아니라는 얘기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데 투입될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상대가 1980년대부터 이미 북한이 아니라 중국으로 바뀌었다는 건 전문가가 아니어도 주지하고 있는 사실 아닌가. 미군의 훈련·작전비 비용 추가는 결국 ‘미국의 세계패권을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에 투입되는 비용까지도 한국이 짊어지라’는 뜻의 다름 아니다. “한반도 정세를 볼모로 우리의 혈세를 뜯어가려는 것”이라는 비난까지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위비분담금 증가 요구 사안도 일방적이고 터무니없는데 ‘미군철수’ 카드까지 꺼내들며 엄포를 놓고 있다. 이런 식이면 반미감정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동맹국이라면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적정선의 방위비 분담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탄력적인 협상을 이어가겠지만 도 넘은 압박에 굴복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더욱이 한·일간의 정치 문제와 연관시킨 전방위적 압박이라면 물러설 이유는 더더욱 없다. 

비상식적인 요구로 한·미 동맹에 균열이 가는 건 양국 모두에게 손해라는 사실을 미국은 명심하고 지금이라도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짚었듯이 “미국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방위비분담금 인상이 아니라 남북한의 전쟁방지와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노력”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1514호 / 2019년 11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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