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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中道)

황교안의 단식과 영양제

단식(斷食)이 유행이다. 과거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단식을 했지만, 지금은 너무 먹어 단식을 한다. 간헐적 단식, 정기적 단식이니 하는 단식 프로그램도 많고, 여기저기 단식원이 갈수록 성업 중이다.

단식하면 떠오르는 3명의 인물이 있다. 부처님과 구한말 최익현, 자연주의적인 삶과 존엄한 죽음으로 유명한 스콧니어링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깨달음을 이루기 전 6년간 고행했다. 음식을 최소화하다 나중에는 아예 곡기를 끊어버리는 혹독한 수행이었다. 당시의 부처님 모습을 조각한 것이 고행상이다. 파키스탄 라호르박물관의 고행상은 앙상한 갈비뼈와 툭 튀어나온 핏줄 등 사실적인 묘사가 압권이다. 최익현의 단식도 유명하다. 구한말 일본에 잡혀 대마도로 끌려간 최익현은 일본이 주는 어떤 것도 먹지 않겠다며 극렬한 저항 끝에 굶어죽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로 자연에 깃들어 살았던 스콧니어링은 100세가 되던 해, 스스로 모든 음식을 끊고 자연스레 죽음을 맞이했다.

최근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단식을 하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철회, 공수처법 처리반대, 선거법 처리반대 등 3가지 관철이 목적이라고 한다. 지소미아 종료야 일본의 일방적 경제침탈에 따른 결과이니 일본에게 항의해야 할 일이고, 나머지는 국회에서 논의하면 될 것이다. 그러라고 정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황 대표는 대화를 거부하고 장외집회와 삭발에 이어 단식을 단행했다. 황 대표는 죽기를 각오했다고 밝혔지만 단식을 앞두고 고가의 영양제를 맞은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황 대표가 독실한 크리스천임을 감안해야 한다. 만약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면, 그가 믿는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일일 것이고 결국 지옥불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부처님은 고행을 접으며, 중도(中道)의 길을 설하셨다. 황 대표는 코미디 같은 단식을 그만두고 이제 정치에 복귀해야 한다. 그것이 황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중도의 길이며, 단식에 대한 예의라 믿는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14호 / 2019년 11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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